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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도시재생 서포터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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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위를 걷다 (대전 역사 명소 코스)
DJRC   2025-09-16 13:14:24   8

시간 위를 걷다 (대전 역사 명소 코스) 

 

도시재생 서포터즈 대전도시남자들팀 박성진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기능이 들어서고,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 공간은 서서히 침체된다. 그러나 건축이 그렇듯, 도시는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늘 다른 모습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서 나는 도시재생이야말로 그런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참여한 도시재생 서포터즈 역사 명소 코스는 바로 그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대전역 도시의 기억이 교차하는 곳

 역사 명소 코스의 출발은 대전역이었다. 대전역은 단순한 교통 거점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철도망의 요지로서, 그리고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과 추억이 교차했던 장소다. 역 앞 광장에 서 있으면, 과거의 활기와 현재의 정적이 동시에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역 주변은 낡고 쇠퇴한 상권으로 변해갔다. 빈 점포와 빛바랜 간판, 오래된 건물들은 한때의 영광을 반증하는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보면, 이 공간은 과거의 기억을 품은 채 새로운 쓰임을 기다리는 잠재력을 지닌다. 건축학도로서 나는 이곳을 보며 철거와 신축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기존 건축의 흔적을 존중하면서 현대적 기능을 더해주는 방식이야말로 도시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길일 것이다. 대전역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관문이기에, 재생의 효과는 도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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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청사 건물은 기억을 담는 그릇

 두 번째로 찾은 옛 충남도청사는 대전의 역사와 건축을 동시에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외관은 근대 건축 특유의 중후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때 행정의 중심지였던 이 건물은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며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내부를 둘러보다가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과거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담아낸 방식이었다. 건물의 구조와 재료는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전시실, 회의실, 문화 체험 공간 등 현대적 프로그램을 입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빛과 벽돌 벽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건축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기억을 보존하는 행위임을 깨닫게 했다.

 

 도청사가 보여준 재생의 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낡은 건물을 보존할 때, 단순히 외관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이 건물은 바로 그 해답을 보여준다. 건물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면서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흥동 문화예술 거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

 마지막으로 걸었던 곳은 대흥동 문화예술 거리였다. 과거 상업지구로 활기를 띠던 거리는 세월이 흐르며 쇠퇴했지만, 지금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과 갤러리, 카페로 가득하다. 낡은 건물 외벽에 그려진 벽화, 리모델링을 거친 소규모 전시장, 골목마다 퍼져 있는 공연 공간은 도시재생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들의 관계였다. 건축적 변화만으로는 도시가 살아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고 교류하는가이다. 예술가와 주민, 방문객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도시재생이 단순한 개발 사업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임을 잘 보여주었다. 낡은 건물이 새롭게 숨 쉬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불러 모으고, 결국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무대가 되었다.

 

도시재생, 시간을 존중하는 설계

 이번 역사 명소 코스를 걸으며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도시재생은 곧 시간을 존중하는 설계라는 사실이다. 건축학도로서 우리는 도면과 구조, 재료를 배우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이 담아낼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다. 대전역, 옛 충남도청사, 대흥동 문화예술 거리는 모두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품고 있었고, 동시에 미래를 열어갈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방식이 어떠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무조건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개발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존중하며 현재의 요구를 담아내는 재생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일 것이다. 이번 서포터즈 활동은 나에게 그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건축학도로서 나는 앞으로도 이런 고민을 이어가고 싶다. 언젠가 내가 설계할 공간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더해가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대전의 역사 명소 코스에서 배운 교훈은 분명 나의 건축적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