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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수원, 화성의 숨결을 따라 걷다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락팀 여예진
[사진1 – 유네스코 세계유산 화성]
대전에서 도시재생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다양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다 보니, 문득 내 고향 수원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졌다. 수원화성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에 이사를 오고 난 뒤로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기에 여러 번 방문한 경험도 있었지만, 앞으로 지인들이 수원을 방문할 때 제대로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당일치기로 수원의 대표적인 역사 명소들을 체계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코스를 직접 경험해보며, 완성도 높은 투어 루트를 완성해 보고자 했다.
[사진 2 – 창룡문 전경]
첫 번째로 찾은 곳은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이다. 수원화성의 4대문 중 하나로, '창룡'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쪽을 수호하는 청룡의 기운을 담고 있다. 문 위에 설치된 누각은 적의 동향을 살피는 망루 역할을 했으며, 아름다운 곡선의 지붕 선이 인상적이다.
창룡문을 바라보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뒷배경으로 보이는 플라잉수원의 모습이었다. 하늘 높이 떠 있는 거대한 열기구가 전통적인 성문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플라잉수원은 지상 150m 높이까지 올라가 수원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계류식 헬륨 열기구로, 수원화성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
[사진3 – 연무대 양궁장] [사진 4 – 수원 화성어차]
연무대는 화성행궁 옆에 자리한 이곳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 훈련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연무대에는 전통 양궁을 체험할 수 있는 양궁장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며 활을 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어는 달라도 전통 무예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누구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연무대는 수원 화성어차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화성어차는 수원화성의 주요 명소들을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순환버스로, 전통적인 어차 모양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디자인이 독특했다. 연무대에서 바라본 화성행궁의 모습은 장관이었고,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정조대왕이 추구했던 실학 정신과 문무겸전의 이상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5 – 수원화성 성곽] [사진6 – 방화수류정 전경]
성곽길을 걸어보니 정조대왕의 효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그리움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향한 효성이 이 견고한 성벽 하나하나에 스며있다고 느꼈기에 문화재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감동까지 전해주는 것이 수원화성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연무대를 지나 성곽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오다 보면 방화수류정에 도착할 수 있다. 방화수류정은 수원화성의 북동쪽 수문 위에 세워진 정자로,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뜻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화성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나는 용연 주변의 벤치에 앉아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용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연못에 비친 정자의 모습과 주변의 버드나무가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특히 늦은 오후 석양이 물에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황금빛 물결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정조대왕도 이곳에서 시를 읊조리며 나라와 백성을 생각했을 것이라 상상해 보니, 200여 년 전 그 시절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따라서 방화수류정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조선 후기 선조들의 풍류와 멋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유산임을 깨달았다.
[사진7 – 화성행궁 신풍루]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참배할 때 머물던 임시 궁궐이다. 이곳은 MBC 사극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데, 행궁에 들어서자마자 장금이 밀랍 인형이 반갑게 맞이해주어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8 – 화성행궁 유여택 전경] [사진9 – 화성행궁 봉수당 전경]
화성행궁 내의 여러 장소 중에서 유여택과 봉수당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장소이기에 꼭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유여택은 정조대왕이 머물던 침전이고, 봉수당은 혜경궁 홍씨를 위한 진찬연이 열렸던 곳으로 정조대왕의 효심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봉수당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에서 정조대왕이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베풀며 효를 실천했던 그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왔으며 건물마다 정조대왕의 개혁 의지와 백성 사랑 정신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화성행궁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리더십의 가치를 전해주는 교육의 장이었다.
[사진10 – 수원화성박물관 전경]
화성행궁을 둘러보며 흘린 땀을 식히기 위해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수원화성박물관이다. 이곳은 화성 건설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화성행궁을 직접 둘러본 후 박물관을 방문하니 조금 전 내가 걸어본 그 공간들에 대해 더욱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정조대왕의 화성 건설 의도부터 실제 건축 과정, 그리고 현재까지의 보존 노력까지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화성성역의궤를 바탕으로 복원 과정을 설명한 전시물들이 인상적이었다. 18세기 첨단 건축기법과 과학기술이 집약된 수원화성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박물관을 통해 화성이 단순한 성곽이 아닌, 정조대왕의 개혁 의지와 백성사랑이 구현된 종합적인 도시계획의 산물임을 깨달았다.
수원의 역사 명소들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졌는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수원화성은 단순히 옛 건물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정조대왕의 철학과 당대 최고 수준의 기술력, 그리고 백성을 향한 사랑이 종합적으로 구현된 걸작품이다. 특히 대전에서 도시재생 활동을 하며 느낀 것은,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도시발전의 중요성이다. 수원이 화성이라는 훌륭한 역사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이루어가고 있는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활용하는 지혜가 바로 진정한 도시재생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도시재생의 참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