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균형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꿈꾸는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도 경제도 활력 넘치는 제주를 꿈꾸다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전략기획팀 김진아 팀장님 인터뷰
뉴헬퍼팀 유시연
뜨거운 해가 조금씩 기울고 제주 특유의 습한 기운이 남아있었던 8월 15일 오후 4시.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전략기획팀 김진아 팀장님과의 인터뷰를 위해 제주 일도일동에 있는 고씨주택을 방문했습니다. 고씨주택은 제주 원도심의 도시거점시설로, 공유 라운지 케왓과 함께 운영 중인 유서 깊은 곳입니다. 인터뷰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둘러본 고씨주택과 케왓은 기회가 된다면 꼭 소개해보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선 고씨주택은 소박하면서도 담담함이 묻어났습니다. 차분한 분위기의 한옥이었지만, 그 안에서 생동감 넘치는 제주 도시재생사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광복절 공휴일에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팀장님께서는 원래 제주도분이신가요?
그리고 어떻게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근무하시게 되셨나요?
A. 저는 육지사람 인데요, 대학을 제주에서 졸업한 이후 계속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육지에서 지낸 시간보다 제주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졌네요. 졸업 후에는 울산 강동관광단지 개발기획 업무 2년, 제주 성산포 해양관광단지 운영기획 업무를 9년간 했고, 2016년 제주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현재 센터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처음 근무하셨던 곳에서의 업무는 개발사업이고 지금은 도시재생이라서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슷한 점이 있을까요?
A. 네, 저는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관광개발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제한적 관리개발’이었어요. 당시 이미 제주에는 많은 개발 투자 승인이 이뤄지고 있었고,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그래서 자연유산을 잘 보존하는 선에서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철학이었죠.
제가 근무했던 회사도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자연유산인 섭지코지에서 리조트 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지키는 데 무게를 두었습니다. 결국, 천혜의 제주자원을 바탕으로 제한적 관리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과정과, 도시 속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자산을 지켜내고 살아가며 발전시키는 과정은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Q. 제주는 섬이기도 하고 자연환경에서 국내 다른 지역과 다른 특수성이 있는 곳이다 보니, 육지에서 하는 도시재생사업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께서 처음 근무하셨던 관광지 개발사업 회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하시니 이해도 되고 신기하네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은 제 개인적인 철학과 시각이 반영된 것이고, 실제로는 제주의 도시재생사업이 육지의 도시재생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일반근린형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지역 특화 재생의 경우, 특화 자원을 기반으로 외부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므로 제주만의 이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네의 문제 자체는 제주든 육지든 동일합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고령화, 청년 인구 유출, 일자리 부족, 정주 여건 악화라는 문제를 겪습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주민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거점 시설을 조성하는 과제가 공통적으로 주어집니다. 결국 어떤 지역에서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추진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죠.
Q. 팀장님께서는 행정의 역할을 크다고 보시나요?
A. 네, 맞습니다. 제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은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육지에 비해 도시 관련 전공자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행정이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인정하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은 각 세부 사업 단계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주민들과 협의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경우도 있고,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Q.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 도시재생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찾아봤을 때에는 김영수 도서관과 고씨주택, 그리고 케왓(공유 라운지)이 주로 나오더라고요.
A. 2016년부터 지금까지 제주도는 총 11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원도심을 시작으로, 신산머루, 남성마을, 건입동, 용담1동, 일도2동, 세화리에서 사업을 추진 중에 있고, 서귀포시는 월평마을, 대정읍, 중앙동, 성산읍 고성리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는 매년 1곳씩 국비지원사업이 완료되면서 제주도는 완료지역에 대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 조례’를 제정하여 주민주체가 지역 공동체 활동을 이어가고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운영·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김영수도서관, 고씨주택, 케왓은 제주시 원도심(모관지구) 도시재생 거점시설인데요,
특히 많이 알려진 이유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동이용시설이지만, 공간적인 특색이 있고 주말에도 운영이 되니 도민, 관광객들 방문도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11곳 사업지에 조성될 거점시설은 총 37개소 정도가 될텐데요, 대부분 사업지역의 앵커 주민공동이용시설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다함께 돌봄센터’가 입주해서 부처 협력사업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교육·회의·도서관·운동 공간 등도 지역주민의 수요에 맞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마을카페·식당·스테이 등 수익시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협력운영을 해보고 있는데요,
신산머루 소랑이싯다라는 스테이 시설의 경우, 올해 제주가 행정안전부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협력 운영 중에 있고,
남성마을의 마을상점 운영 방식을 놓고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기에는 초기사업비, 상품비용 등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편의점 브랜드 CU와 협약을 맺고 거점시설에서 가맹 운영 중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협약을 통한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시즌별 상품 DP 등 영업에 대한 지원의 강점을 잘 활용하면서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가 이어지면서 잘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마을카페는 ㈜미스터밀크 등 지역기업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식자재를 지원하고 메뉴개발 컨설팅을 함께하는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정읍 몽생이센터는 다함께돌봄센터 뿐만 아니라 지역에 부족한 시설인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놀이시설을 조성하여 운영 중에 있고, 제주4.3 다크투어 등을 기획·운영하는 여행사가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면서 지역을 알리고 있습니다.
Q. 도시재생사업 업무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일화가 있으실까요?
A. 아무래도 제가 직접 업무를 맡았던 제주시 원도심(모관지구) 사업이 가장 임팩트가 크죠~
원도심 사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제는 상권 활성화였습니다. 원도심에는 동문시장, 칠성로·중앙로 상점가, 중앙지하상가 등 7개의 상점가가 있는데, 관광객이 동문시장에만 몰리고, 칠성로 상점가에는 공실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시설을 공급해 달라는 요구보다, 빈 점포를 해소하고 지역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과제가 더 시급했죠.
결과적으로 “마중물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사업 설계부터 추진까지 함께 고군분투하며 5개년 사업을 추진했는데요, 공간창업 지원사업이 아니라 ‘도시재생 창업 생태계’ 조성사업으로 기획하여 건물주들과 도시재생 상생협약을 체결하여 창업기반을 마련하고, ‘리노베이션스쿨’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며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키워갔구요, 마침내 “원도심은 재미있다”,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1년 동안 빈 점포 16곳에 새로운 공간창업자를 모실 수 있었습니다. 국비지원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주변 공간들이 점차 채워지며 유명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중앙로 한짓골, 북성로 일대, 산지천변, 탑동 일대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유동인구도 2015년 사업 시작 당시 수준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체 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폐업률은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작년부터 경기가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었고, 함께해주신 분들이 계셨고, 지역의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기에, 극복할 수 있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또 올해는 제주시 원도심 상점가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Q. 기획하고 계신 신규 사업이 있으실까요?
A. 제주도는 매년 신규 도시재생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잖아요? 제주도 올드타운 특유의 특색있는 로컬 자원을 활용하여 글로벌 방문객들을 위한 워케이션, 런케이션 등을 유치하고 지역기반 경제 동력을 모색하는 사업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5분도시제주 정책과 연계하여 제주 특유의 공동체성와 생활편의기능을 강화하는 정주여건 개선사업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주도는 국비지원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도시재생을 위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조성되었거나 조성된 37개소의 거점시설이 잘 운영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광역 차원에서 플랫폼을 운영해보려고 기획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