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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항구에서 블루마운틴까지, 도시재생을 여행하다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망고팀 장호준
호주 시드니의 항구, 서큘러 키에 다다르면 누구나 시선을 빼앗기는 장관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거대한 조개껍데기들이 겹겹이 놓여 있는 듯한 독특한 건축물. 바로 세계적인 문화 랜드마크이자 도시재생의 상징,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다. 그 옆으로는 웅장한 시드니 하버 브리지가 활처럼 펼쳐져 항구를 감싸안는다. 두 건축물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풍경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시드니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호주 정부는 1950년대에 이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 국제 건축 공모전을 개최했고,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존’의 대담한 디자인이 선정됐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숱한 논란과 예산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려 14년의 공사 끝에 1973년 문을 연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건축적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오페라·발레·연극·콘서트 등 다양한 예술 공연이 열린다.
무엇보다 이 건물은 도시 브랜드를 바꿔놓았다. "호주"를 떠올리면 캥거루, 코알라와 함께 오페라하우스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시드니를 세계 무대에서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만든 결정적 계기, 바로 이 건물이다.
오페라하우스 건설 이후, 서큘러 키와 달링하버 일대는 대대적인 도시재생을 거쳤다. 보행자 중심의 공공 공간이 조성되고, 오래된 창고와 항만 시설은 상업·문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지금은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가 밀집한 활기찬 거리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열린 광장이 되었다. 또한 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된 플랫폼이다. 어린이 프로그램, 청년 예술가 지원, 지역 예술 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예술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조명과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하며 지속가능한 문화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마주했을 때, 단순한 여행지의 풍경이 아니라 ‘문화가 도시를 바꿀 수 있다’라는 진리를 눈으로 확인하는 듯한 울림을 느꼈다. 쇠락한 항만을 세계인의 무대로 바꾼 힘은 다름 아닌 예술과 건축의 결합이었다.
또한, 시드니 서쪽으로 약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블루마운틴 역시 도시재생의 의미 있는 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한때 석탄 채굴 산업이 활발했지만, 광산업 쇠퇴와 함께 지역 경제가 무너졌다. 버려진 광산 시설과 낡은 철로만 남아 있던 공간은 방치될 경우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정부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옛 광산 터널과 산업시설을 재생하여 관광·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닉 월드’다. 과거 석탄을 나르던 궤도 철도를 관광용 케이블카와 급경사 열차로 바꿔,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블루마운틴의 협곡과 삼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버려진 산업 유산은 단순히 철거되지 않고, 교육과 체험의 자원이 되었다. ‘산업에서 관광으로’ 전환된 블루마운틴은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호주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지역 경제를 살린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처음 마주했을 때,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본다는 기쁨을 넘어 ‘예술이 도시를 살린다’는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한때 버려지고 쇠락했던 항만이 이제는 전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의 성지가 된 모습은 도시재생의 가장 극적인 성공을 보여주었다. 그 하얀 돛처럼 펼쳐진 지붕은 단순히 공연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시드니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그 순간 나는 문화와 예술이 단지 일부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되살리고 시민 모두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공공재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한편, 블루마운틴에서의 경험은 또 다른 교훈을 전해주었다. 과거 이곳은 석탄을 캐던 광산으로, 산업의 쇠퇴와 함께 버려진 공간이었다. 낡은 철로와 버려진 갱도는 쇠락의 흔적처럼 남아 있었지만, 그것을 없애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관광·체험 자원으로 활용한 결과,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험준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레일웨이는 과거 산업의 잔재이자, 동시에 현재의 관광 자원이 되었다. 광산이 단순히 지역 침체의 상징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로 바뀐 것이다.
두 공간을 잇는 경험 속에서 나는 ‘도시재생은 단순한 건축의 변화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바꾸고,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오페라하우스는 예술과 문화가 도시의 얼굴을 새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블루마운틴은 버려진 산업 유산조차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두 곳은 전혀 다른 배경과 과정을 가졌지만, 공통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문화와 자연, 역사와 창의가 만나면 도시와 지역은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속에서 도시재생이 단순히 건물을 고치고 거리를 정비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과정임을 느꼈다.
그래서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블루마운틴에서의 경험은 내게 하나의 강한 확신을 남겼다. 도시재생은 결국 삶을 재생하는 일이라는 것.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역사와 자연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도시와 지역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