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도심 속의 시간여행, 노은 대전 선사박물관의 의미와 가치

시민기자단_윤용

평일 오후에 시간을 내어 집 주변에 있는 대전선사박물관(이하 선사박물관)을 다녀왔다. 공원과 접해 있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들르는 편이다. 대전에는 관심을 갖고 보면 선사시대 유적이 적지 않다. 대전은 천혜(天惠)의 자연조건으로 인해 먼 과거부터 사람이 거주하기 유리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갑천, 유등천, 대전천 등 3개의 큰 하천과 그 주변으로 이어진 기름진 토양 그리고 인근의 평탄한 대지는 인간의 정착지로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1991년 발견된 둔산 선사 유적 이래, 꾸준히 구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의 많은 유적과 유물이 대전 곳곳에서 발굴되었다.

박물관 외부 발굴유적

박물관 외부 발굴유적

특히 1997년 발굴된 노은동 유적지(기념물 제38호)는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 중의 한 곳이다. 지금의 선사박물관은 이러한 역사적 유적을 보존하고 전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선사박물관은 노은동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적 자료를 전시하는, 도심 속 지역 박물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박물관 내부는 시대별 전시실로 상설 전시가 이루어지고, 기획전시실에서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상설 전시를 보완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외부에는 이전 복원한 발굴유적과 발굴체험장이 따로 마련되어 다채로운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은구비공원이 바로 인접해 있다 보니, 누구나 쉽게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어 접근성도 매우 뛰어난 편이다.

박물관 전경

박물관 전경

박물관의 여러 가지 기능들 중의 하나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일 장소의 연대감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박물관은 해당 지역주민들 사이의 소통 및 세대 간 교류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보존하기보다는 획일적인 모습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 편인데, 그래서 그 지역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사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시대가 발달할수록 도로나 환경 개선 등 외형적인 사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지역의 문화나 정체성을 유지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가 않다. 모든 지역의 건물이나 생활문화가 유사할 경우, 그 지역만의 특성을 발전시키기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박물관은 이러한 한계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지역 공간이 될 수 있다.

박물관 내부 모습

박물관 내부 모습

노은 선사박물관 역시, 역사 유적 보존과 지역주민의 정체성 확립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노은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 등을 나타내주는 과거의 모습과 흔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존하고 전시한다. 또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박물관이 인근에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민의 문화 수준이 향상되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좋든 싫든 선사박물관이라는 큰 테두리에 지역주민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선사박물관은 노은 지역주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이러한 선순환은 결국 주민들의 공유된 기억으로 남게 된다. 나이가 어릴수록 기억의 흔적은 노은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고, 나아가 고향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선사박물관이 지역주민의 정체성 유지의 수단이 되고, 노은 주민들의 애향심과 소속감을고취하게 하는 셈이다. 그래서 선사박물관은 노은지역의 귀중한 소통의 공간이다.

행사프로그램 표지 등

행사프로그램 표지 등

소통과 교류의 확대를 위해서는 박물관 방문 등 주민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기억이 곧 마을의 역사이자 문화이며,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 박물관은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공감의 공간으로서 매우 적합한 곳이다. 궁극적으로 지역 박물관은 주민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된 공유공간으로,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선사박물관은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한 번씩 방문할 때마다 박물관의 그 성장 속도(전시관 운영 방식,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가 예사롭지가 않다. 이번에도 박물관 투어 후, 같은 느낌을 받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