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홍경석
주말에 대전시립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그리곤 거기서 대전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크게 느꼈습니다. 대전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한 전시를 관람한 덕분입니다. 대전은 예부터 천혜의 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한밭’이죠. 그 터에 시간이 만든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한 공간에 모였습니다. 대전은 예로부터 편평한 들판과 둔덕이 길게 뻗어있고, 하천이 가로지르는 살기 좋은 공간으로 영원히 대를 이어가며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삼국 시대는 각축의 공간으로, 고려 시대는 변화의 공간으로, 조선 시대에는 품격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근대는 격동의 공간으로 채워져 대전 역사의 맥이 되었습니다. 이 기록들을 전시공간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대전의 역사와 문화 공간에 담다]입니다.
먼저 ‘대전의 여명, 선사와 고대 문화’로부터 시작됩니다. 구석기시대 도구를 이용한 사람의 흔적부터 통일신라시대 대전을 지킨 산성과 보루까지 전시하였습니다. 또한 유성 용계동에 소재한 원삼국시대 작은 마을 유적을 디오라마로 복원하였으며, 대전의 땅속에서 출토된 고고 유물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고려, 예술의 발달과 사회의 문화’ 순서입니다. 유성 상대동 고려 마을에서 출토된 다채로운 유물과 유성현 관아의 실체를 증명하는 기와를 전시하였습니다. 고려를 장식한 구완동에서 생산된 고려청자와 대전의 도자기 가마 분포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전 미륵원 문화와 보문산 마애불상을 전시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어선 ‘조선, 대전 선비 문화’로 이어집니다. 조선이 건국된 후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세워진 관청과 학교, 조선 후기 정치와 사상을 주도한 호서사림에 대한 전시를 하였습니다. 남간정사(南澗精舍)와 동춘당(同春堂) 등 대전 사대부의 고택문화, 대전에서 출토된 의복들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호서 명현의 초상화와 품격 높은 서예 글씨, 조선 시대 음식문화를 전시하여 눈까지 호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끝으론 ‘근대, 격동의 시대’입니다. 국권 수호를 위한 위정척사운동, 애국계몽운동과 3·1만세운동을 전시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의 변천과 경부선 철도의 부설, 충남도청의 이전이 근대 대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관람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무수동도_사진 제공: 대전시립박물관
[대전의 역사와 문화 공간에 담다]를 관람하면서 새삼 ‘대전은 왜 대전인가?’라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또 다른 의미의 대전(大全)은 ‘완전히 갖추어 모자람이 없음’을 나타냅니다. 살기 좋은 환경에 더하여 생생한 문화유산까지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자랑스러운 우리 대전은 그렇다면 우리가 모두 지키고 사랑해야 마땅할 존재와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 공간에 담다]에서 거둔 소득은 또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대전의 중구에 위치한 무수동(無愁洞)이란 동네의 재발견이었습니다. 무수동이란 말 그대로 없을 무(無)에 근심 수(愁)의 결합이므로 ‘근심 없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여전히 엄중한 코로나 시절인 지금, 모든 국민과 시민들의 근심은 얼추 하늘에 가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무수동에서 살고픈’ 심정은 이심전심으로 모두가 똑같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시대가 소멸하길 간절하게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가 비록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일지라도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요! 박물관이 좋은 까닭은 차고 넘칩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를 배울 수 있고 인류의 지혜와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전시립박물관은 대전시 유성구 도안대로 398(상대동 488)에 있으며 문의 전화는 (042) 270-8600~4입니다. 하절기(3월~10월)에는 10시~19시까지 / 동절기(11월~익년 2월)에는 10시~18시까지 개관합니다(매주 월요일 휴관).
[대전의 역사와 문화 공간에 담다]는 상설전시로,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저처럼 승용차가 없는 뚜벅이인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대전시립박물관과 근방으로 운행하는 대중교통인 시내버스 노선은 11, 106, 115, 312, 601, 706번입니다. 601번 시내버스는 대전시립박물관 바로 앞까지 운행하며 11번 시내버스는 도안 고등학교에서 하차 후 상대교 다리를 건너시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