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남혜경
공예박물관이라고 하기에 외관부터 화려함의 극치일거라 생각했습니다. 멀리서 어떤 곳인지 모르고 봐도 그 용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멋지고 화려하게 단장을 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공예와 어울리지 않게 외관은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새로 멋들어지게 건물을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서울공예박물관은 여자 고등학교 건물을 다시 활용하여 도시재생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작년 7월에 개관한 서울시 안국동에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고자 서울시가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예 전문 박물관입니다. 일곱 개의 건물과 공예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은 모든 시대와 분야의 공예를 아우릅니다. 공예품은 물론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과 관련된 지식, 기록, 사람, 재료, 환경 등을 함께 연구합니다. 또한 공예가 지닌 문화적, 기술적, 실용적, 예술적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공예의 가치는 工(공), 用(용), 藝(예), 智(지)로 공은 장인정신이 깃든 솜씨로 창조되는 시간의 예술입니다. 용은 시대감각과 취향을 담는 유기체이며, 예는 기술과 예술의 합일적 창조활동입니다. 그리고 지는 시대정신을 담아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 언어입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있는 이곳은 오래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이 아들 영웅대군의 집을 지은 터이자, 고종이 순종의 혼례 절차를 위해 건립한 안동별궁이 자리했던 곳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1910년 이후로는 궁 환관들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1937년 친일파 민영휘의 아들 민대식이 불하받아 경성휘문소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것이 1944년 풍문여자고등학교로 개교했고, 약 70년간 학교로 이용됐습니다. 2014년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하고, 2017년 학교를 자곡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서울공예박물관이 조성됐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전면의 마당과 낮은 담으로 인해 율곡로와 윤보선로에서 박물관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여러 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골목길을 따라가듯이 건물 사이사이를 산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시2동 앞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는 그 수명이 400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선비와 문방
전시 1동 상설 전시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입니다. 공예 역사를 다루는 상설전시의 일부로 이 공간에서는 조선,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의 공예와 장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조선시대에서는 조선 왕조의 공예 및 문인 취향의 공예뿐만 아니라, 당시 민간 소비자의 수요와 취향이 반영되어 등장한 새로운 물품 양식도 만날 수 있습니다.
빗살무늬 토기
전시2동 상설 전시는 “자연에서 공예로–장인, 공예의 전통을 만들다”입니다. 공예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돼 왔습니다. 인류는 돌, 흙, 나무 등 자연 소재를 가공하는 도구를 발명하고 기술을 개발해 환경의 제약을 극복해 왔습니다. 아울러 일상생활을 편리하고 아름답게 꾸리면 문명의 토대를 세웠습니다. 빗살무늬 토기가 청자매병이 되기까지 만이 걸렸습니다.
자수 노안도 10폭 병풍 / 자수 책가도 10폭 병풍
전시3동 2층 상설 전시는 “자수, 꽃이 피다”입니다. 자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편하며 일상생활 가장 가까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이자 공예기법입니다.
전시3동 3층 상설 전시는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입니다. 보자기는 네모난 형태의 직물입니다. 그 직물을 사용해 우리는 물건을 보관하고 장식하며 간편하게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궁중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화려한 문양이 있는 보자기에서부터 민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보자기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소재, 구성방법 등의 차이와 보자기의 다양한 용도를 소개합니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3동 사전가직물관
건축자산이란 사회적, 경제적, 경관적 가치와 더불어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국가의 건축문화와 지역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건축물 혹은 시설을 뜻합니다(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건축자산 등록은 보존에 중심을 두기보다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는 건축물 보전 및 진흥정책입니다. 서울공예박물관 사전가직물관(구 풍문여고 과학관)은 지난 2020년 제5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됐습니다. 새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장벽을 없애 버린 공간의 모습은 공공건물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왕산 풍경
어린이박물관으로 불리는 교육동은 어린이들이 공예와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전시와 함께 공방별 공예 창작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박물관 옥상에 있는 전망대는 인왕산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곳입니다. 겸재 정선처럼 인왕제색도를 그려보고 싶지만, 꽝손이라서 대신 카메라로 멋지게 담아봤습니다.
돌, 흙, 나무 등 자연 소재를 가공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자투리 천도 버리지 않고 모아서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보자기를,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10폭 병풍을 만들어내기까지 우리 선조들의 솜씨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에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안동별궁 터에서 고등학교를 지나 이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예박물관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다시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