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with DSI
정재근_원장
배민경 연구원 : 안녕하십니까 정재근 원장님, 대생人(대전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뜻함)의 첫 번째 릴레이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원장님께서 도시계획과 행정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자 같은 대생人이시기 때문에 도시재생에 대하여 솔직하고 가치 있는 이야기를 듣고싶어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1. 먼저 저희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가 15년도에 개설된 이래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해왔는데요, 원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지금까지 진행된 대전도시재생사업 중 가장 높게 평가하시는 사업이 있으신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재근 원장님 :
많은 도시재생 사업들이 진행되었지만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은 로컬 비즈스쿨 사업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원도심에 위치한 많은 점포들이 비어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빈 점포를 활용하여 창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는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심리학 이론이 있습니다. 빈 점포가 하나 둘 발생하면 그 지역이 침체되어 보이고, 그러한 지역이미지는 도시의 쇠퇴를 가속화 합니다. 빈 점포에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새로운 둥지를 튼다면, 건물주는 오랫동안 공실이 된 상가를 채울수 있고, 청년들은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사업의 초기 투입 자본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새로운 경제 활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부터는 로컬비즈스쿨 사업이 ‘원도심 창업 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본 사업이 꾸준한 성과를 보임으로써 원도심의 상권을 되살리고, 창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전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Q2. 원장님께서는 도시계획가이자 행정가이십니다.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도시재생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정재근 원장님 : 성공적인 도시재생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배민경 연구원 : 도시재생 의의 자체가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계획해서 상향식(Bottom-up)의 주민주도로 사업을 제안하는데 있다고 보는데요. 그러니까 많은 주체들의 의견이 합치가 되고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누가 봐도 참신하고 혁신적인 그런 사업들보다는 진짜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원하고, 그게 실제 지역에서 이제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런 사업이야말로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재근 원장님 :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냥 사업 한 번 하고 끝나서는 안 되겠죠. 어떤 건물만 지어준다던지, 일회성에 그치는 사업은 의미가 없습니다. 도시재생은 아시다시피 굉장히 힘듭니다. 오랫동안 낙후되어왔던 것을 한 순간에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시간을 가지고 꾸준한 노력을 갖춰야만 합니다. 지속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한다는것은 계속 그 활동이 이루어지게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결국 사람이 중요하고, 그 지역에 실제 거주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정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도시재생의 리더가 되게끔 만들어줘야 됩니다.
로컬 비즈스쿨 사업을 예로 듭시다. 여기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과 원도심내 빈 점포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을 매칭 해준다든지, 그로 인해 몇 개의 계약이 맺어지고, 공공이 예산을 들여 그곳에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저렴한 임대료 책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보다 중요한 일은 그 과정에 누가 참여(Participation)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계속 참여(Involvement)하게 할지, 그리고 그 자발적 참여 과정을 통해 주민들 스스로가 올바르게 판단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 이양(Empowerment)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임파워먼트(Empowerment)란 타인에게 힘, 주도권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해, 주민에 의한 자발적 참여와 자율권 보장을 통해 주민들 스스로가 의사결정권을 갖도록 하는 행위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권한 이양(Empowerment)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보다 적극적인 참여자로서뿐만 아니라 보다 능동적인 의사결정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커뮤니티가 하나 둘씩 늘어나며, 그 사람들이 리더가 되고 구성원이 되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사업을 그들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됩니다.
로컬 비즈스쿨의 경우에도, 처음에 중간조직이 주민들과 창업자들 사이에서 사업 설명회하고 멘토를 지정하고 해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언제까지 그걸 해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한 번 하고 2기가 끝나면 이제 다른 사업, 다른 로컬 비즈사업으로 넘어가야 됩니다. 그럼 여기서 중간지원 조직의 역할이 사라진다면, 이제 누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될까요? 그 점포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이나, 시장 상인, 건물주들이 스스로 각기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서,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서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임파워먼트(Empowerment)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일반 주민들은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지도 않고, 처음에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학습의 장을 마련해주고, 그 속에서 리더를 양성해 내는 일입니다. 원도심에 사는 주민들이 능동적인 리더가 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성공입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그렇게 하기 위한 마중물로서 하나의 트리거 역할에 불과할 뿐입니다.
주민들이 만나고 모이고 토론하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표출하는 방식을 알게 되고, 스스로 이렇게 모여 의사결정을 하면 뭔가 움직이고 바뀌는구나, 이런 경험이 축적되고 공유되며,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시재생이 추구해 나가야 할 본질적 지향점이라고 봅니다.
배민경 연구원 : 도시재생에서는 결국 주민들의 역량 강화, 그것을 통한 자생력과 지속가능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정재근 원장님 : 그렇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의 성패는 그것에 달려있습니다.
Q3. 방금 말씀하신대로 주민들의 역량강화, empowerment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지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저희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가 어떻게하면 이것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정재근 원장님 :
제가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도시계획학 석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미시간 옆에는 디트로이트라는 미국 공업의 상징인 도시에서 프로젝트를 한적이 있습니다. 아주 번창했던 도시가 시대가 바뀌면서 쇠퇴의 길을 갔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토지 가치가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경찰 치안 서비스나 소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세금을 낼 여력이 없고, 그러다 보니 행정 서비스가 또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또다시 교육 여건도 안 좋아지고, 그렇게 도시는 점점 더 쇠퇴가 악화된거죠. 그 디트로이트의 중심지에 엠마뉴얼 커뮤니티라는 주민의 90%가 생계급여 대상자인 곳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의 커뮤니티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시정부가 미시간대학과 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s)라는 중간조직이 함께 프로젝트 수행하기를 요청했습니다. 미시간대학 대학원 학생들과 CDC, 주민들은 2주에 1번씩 타운홀 미팅을 가지며 교류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위축되어 보였던 주민들은 본인들이 제안한 내용이 실현되는 것을 경험하자 적극적으로 미팅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었습니다. 참여한 주민들은 직접 공간계획, 인적자원 플랜, 재원조달 방안 등을 협의하고 논의하였습니다. 프로젝트 종료후 미시간 대학팀이 떠나면서 가진 마지막 미팅 자리에서 주민들은 참 고맙다고 했습니다. 본인들의 뜻을 이렇게 모을 수 있고, 그것을 실현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CDC 연구원 한두명이 앉아서 페이퍼만 작성했다면 이런 일들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커뮤니티 리더 및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이라 함은 예산이 있고 그 예산을 집행해서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능동적인 계획가(Planner)이자, 활동가(Activist)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중간조직의 역할이 다하더라도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지역을 아끼고, 발전시킬 수 있는 주도적인 커뮤니티 리더들을 많이 양성해 내고, 지속적인 교류 확대와 신뢰망 형성을 위한 네크워크 지원을 강화해 주는 것이 센터의 주요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또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사람들은 현장활동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항상 프로그램 설계과정에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동기부여와 지속가능한 교류의 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간의 잦은 충돌 속에서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면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최종 합의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끌어 낼 것인지 등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Q4. 도시재생이 대두된 이래로 수년간 많은 사업이 진행되어왔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이 얼마나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서 대전 원도심에 있는 대전고등학교를 나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전 원도심의 재활성화를 체감하시나요? 그리고 대전의 도시재생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재근 원장님 :
네, 저는 대전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녔습니다. 그때는 대흥동, 은행동 일대가 사람도 많고 경제적으로 활발한 지역이었습니다. 그간의 변화가 크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물리적으로도 개선이 많이 되어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원래 성공한다고 해도 그게 눈에 두드러지게 바뀌거나 하기는 힘듭니다. 우리가 정책 성과를 판단할 때, 항상 생각을 해야 될 것이 사후 가정 효과(Counterfactual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통상 이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또는 없었는지를 판단할 때, 그 정책을 시행하기 전과 시행한 후의 결과만을 단순 비교하곤 합니다. 예로서 나름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이라고 시행을 했는데 실제로는 고용 인원 수가 줄었다면 사람들은 대개 그 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잖은 시간과 예산 및 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고용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사후 가정 효과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후 가정 효과(Counterfactual effect)의 주안점은 ‘만약 그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점입니다. ‘고용률이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고용률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라는 기본 가정을 염두해 둔 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책 평가를 할 때, 사후 가정 효과(Counterfactual effect)를 고려해야 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가 도시재생 사업에서 매년 100억을 넘게 투입해서 나타난 성과가 무엇인가? 그리고 전보다 무엇이 나아졌는지를 묻는다면, ‘If there had never had this policy?(만약 이 정책이 없었다면?)’ ‘What would have happened?(어떤일이 발생했을까?)’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더 큰 쇠퇴가 가속화되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의 성과에 대한 좀 더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단순히 before & after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도시재생 사업을 한 지역과 하지 않은 (비슷한 지역 특성을 보이는) 지역을 통제 집단으로 설정하여 도시재생 사업 지구의 효과를 비교 판단해야 합니다.
도시재생 사업을 한 곳은 고용이 이렇게 유지가 된 반면에, 도시재생 사업을 안 한 곳의 고용률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 도시재생사업은 정책적으로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Counterfactual Evaluation입니다.
도시재생 사업의 성과 평가에 있어서도 이러한 사후 가정 평가(counterfactual evaluation)가 폭넓게 수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배민경 연구원 : 저희 센터에서도 도시재생 성과관리 사업이 5차년도로 접어들었습니다. 저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연구원이자 대전 시민으로서 이렇게 큰 비용이 투자되는 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해왔었는데,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그 질문에 해답이 되는 것 같습니다.
Q5. 마지막으로 대생 人에게 해주실 말이 있으실까요?
배민경 연구원 : 원장님이 운영하시는 유튜브도 잘 보고있습니다. 특히 올려주시는 강의들이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이 스마트시티를 인문학적인 관점, 포용도시적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강의였는데요.
정재근 원장님 :
그렇습니다. 도시 계획하는 사람들은 항상 인클루시브 시티(Inclusive city)를 지향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권한을 주민들에게 임파워먼트(Empowerment)시킨다는 개념도 다 이것의 연장선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토지를 개발하고 수익성을 고려하는 부동산 개발과는 달리, 도시계획은 Zoning 및 Planning을 하면서 어떻게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시킬지 공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는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직업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고, 이걸 하면서 그래도 사회를 조금이라도 좀 평등하게 하고, 포용적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는 것은 아주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제가 대생人에게 하고싶은 말이 이것입니다.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긍지를 가지고 임하시길 바랍니다.
Q6. 저희 인터뷰는 마지막에 다음 인터뷰 대상을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공식 질문으로,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하고 싶으신 분이 계신가요?
정재근 원장님 : 대전세종연구원의 혁신공간연구실장 정경석 박사를 추천합니다. 정경석 박사는 이전에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의 부센터장도 역임하였습니다. 도시계획을 전공하였고 대전의 도시정책과 연구에서 저명하신 분이니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민경 연구원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희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대전 도시재생에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