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윤용
동광장 역 보급창고 안내판
대전은 철도의 중심지입니다. 대부분 열차는 반드시 대전역을 거쳐야만 전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도와 관련된 건물들이 대전에는 유독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대전 철도보급창고(구,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보급창고 제3호)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대전 철도보급창고(이하 ‘보급창고’라고 한다)는 1956년 지어졌습니다. 경부선과 호남선 모두를 품고 있는 대전역은, 운행 중에 잠시 멈춘 열차를 점검하고 정비하기 안성맞춤의 장소였습니다. 따라서 점검과 정비에 필요한 각종 자재와 여러 부품을 보관할 창고들이 필요하게 되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창고가 지금의 보급창고입니다. 처음 명칭은 ‘조달본부 대전주재’로 불렸다고 전해집니다.
보급창고와 빌딩 / 차로 둘러싸인 보급창고
보급창고는 현재 대전역 동광장 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근처에는 다른 용도의 창고들도 제법 있었다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대전역이 현대화되면서 모두 사라지고, 보급창고 하나만 남아 옛날의 영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대전역 동광장(주차장 구역)을 이용해 보신 사람은 누구나 보급창고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주변이 온통 현대식 건물로 가득 찬 곳에서 오래된 창고 건물은 쉽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보급창고는 일제강점기 창고 건물 구조 기술이 적용된 목조건물로, 근대 창고 건물로는 매우 희귀한 양식으로 유명합니다. 해방 후 창고 건축의 역사적 변천을 파악할 수 있어서, 그 희소성과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문화재청은 2005년에 보급창고를 등록문화재 제168호로 지정했습니다. 보급창고는 최근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철도)관사촌과 더불어 대전의 옛 흔적을 간직한 소중한 지역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예술가들의 작은 음악회 등, 철도 문화유산을 활용한 시민참여 행사가 이곳 보급창고 건물에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에 진행된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 - 사絲, 이異 잇다’를 들 수 있습니다. 대전을 대표하는 철도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그중 보급창고에서 공연된 음악회는 대전시민에게 이색적인 감동을 선사하였습니다. 특히 창고라는 근대유산을 배경으로, 남녀노소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성 방식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습니다. 창고음악회는 대전의 역사 유적을 많은 시민에게 알리는 효과와 더불어 대전의 정체성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보급창고는 여러 방식으로 대전시민과 늘 함께 해왔습니다.
보급창고 측면/펜스에 부착된 문화재 알림 표지
보급창고가 지어진 지가 반세기가 훨씬 지났습니다. 창고로서 역할과 기능도 그 쓰임새를 다했고, 다른 행사를 진행하기도 벅찰 정도로 노후화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강풍으로 지붕 일부가 탈락하는 등 현재 상태로 보존하기에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합니다. 또한 보급창고가 위치한 동구 소제동 일원은 대전역세권 재정비촉진사업에 따라 동광장 길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모듈 트레일러’를 통한 이축(移築) 방식으로 보급창고를 지면과 분리하여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즉, 보급창고 해체 작업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 그대로 다른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입니다. 보급창고의 새로운 터전은 내년 12월 완공 예정인 신안 2 역사공원(동구 신안동 232-4번지 일원)입니다. 참고로 신안 2 역사공원 조성사업은, 대전시가 철도의 중심지로서 상징적 위상 정립과 원도심 활성화와 균형발전 촉진을 위해, 대전역 동광장 일원에 2023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일부 구간이 천막으로 덮여 있는 보급창고
계획대로라면 내년 하반기부터 보급창고를 지금의 자리에서 볼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대전역 부근에서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세기 넘게 그랬듯이, 보급창고는 그 이상의 시간을 대전시민 곁에 지금의 모습으로 머무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