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주영선
둔산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개발되기로 했던 1980년대, 같은 서구의 변동에는 개인 주택 단지가 생겼습니다.
둔산지구 대단지 아파트가 건축령 30년을 헤아리는 지금, 변동의 개인 주택들은 어느새 40년 건축령을 헤아리는 건물이 됐습니다.
개인주택이 40년이 됐다고 하면 많이 낡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허물고 재건축, 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변동의 개인주택 골목에 있는 집들은 1980년대 초반에 지어졌기 때문에 현대적인 세련됨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레트로 감성으로 1980년대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변동 골목길에 위치한 1980년대에 지어진 주택
이러한 오래된 변동 골목길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 주택이 담을 허물고 대문을 없앴습니다. 공간을 트고 주민들에게 개방을 하면서 40년 세월을 딛고 추억을 담은 세련된 공간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이 공간에서 주민들은 관 주도가 아니라 개인이 이룬 도시재생의 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작은 실천을 이룬 곳은 가정집 티 하우스 ‘대전사람 수부씨’입니다.
‘대전사람 수부씨’라는 티 하우스 상호가 상당히 독특한데, 이 주택은 대전사람 김수부씨가 직접 짓고 가족과 함께 40년 거주한 주택입니다. 현재도 김수부씨의 부인께서는 2층에서 거주하고 계시며, 1층에서는 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전사람 수부씨는 이 주택에서 자녀를 모두 키웠습니다. 수부씨의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성장하면서 쌓았던 모든 추억이 수부씨가 지으신 주택에 담겨있기 때문에 가족의 역사와 애틋함이 담긴 이 공간이 더욱 소중했습니다. 따라서 자녀들은 의기투합하여 가족들의 애정이 담긴 주택을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였으며, 방문해주시는 주민들이 그들의 아버지인 대전사람 수부씨를 기억하고 5년 전 쓰러지신 후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 계시는 수부씨의 쾌차를 응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티 하우스를 운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전사람 수부씨 내부 공간
티 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하여 마당에는 데크를 높게 올려서 거실이었던 곳의 충으로 부담 없이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앞에 있는 담 너머의 이웃집 라일락도 티 하우스의 마당으로 끌어들이며 편안한 작은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방들은 개성을 갖춘 공간으로 꾸미고 자녀들이 각자 집에서 사용하던 손길이 담긴 가구들을 하나둘 가져와 실내를 편안하게 장식했으며, 현관 입구에 있던 신발장은 찻잔을 전시하는 공간이 되었고, 주방은 벽을 허물고 거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녀들은 평소에도 차를 즐기는 생활을 했기에 이 공간을 평소에 즐기던 아이템을 위주로 티 하우스로 만들어 홍차의 변주와 함께 좋은 재료로 직접 구워내는 스콘의 베리에이션까지 수준 높게 제공함으로써 변동에 방문하는, 혹은 현재 변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대전사람 수부씨 문패
한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보았던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 티 하우스가 생기면서 동네에 활기가 돈다고 이야기하며 주택을 개조하여 티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개인이 이룬 도시재생 또한 지역 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활성화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길 바라며, 지역 및 주택의 재생과 함께 이곳의 주인인 대전사람 수부씨도 병상을 털고 일어나 ‘재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글, 사진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시민기자 주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