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홍경석
사람은 십인십색(十人十色)입니다. 그래서 느끼는 감정과 폭까지 다들 다릅니다. 제가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반가운 대상이 있습니다. 주변에 만개한 꽃들이죠. 일제히 저를 바라보며 인사합니다. 당연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손을 들어 반가움을 나타내죠. 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지런한 참새와 까치들은 언제 일어났는지 사람은 출근하는 시간부터 먹이활동에 부지런하죠.
모 양묘장(養苗場)에서 석 달째 일하고 있습니다. 양묘장은 식물의 씨앗이나 모종, 묘목 따위를 심어서 기르는 곳이죠. 여기서 자라는 식물과 나무, 꽃들은 하나같이 우리네 인생 궤적을 닮았습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가기 때문이죠. 처음엔 땅(혹은 화분)에 씨앗을 뿌립니다. 그럼 그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땅을 뚫고 싹을 틔웁니다. 마치 갓난아기를 보는 느낌이랍니다. 아울러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화두와 호기심이 발동하곤 하지요. 일정 기간 성숙하면 분갈이합니다. 온도와 환경까지 최적화된 양묘장에서의 꽃은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그러나 모든 꽃은 만개했을 때가 가장 고울 뿐, 이후로부터는 실망이 중첩(重疊)해요. 예견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닥치기 때문이죠. 먼저, 그토록 도도했던 목련이 허무하게 낙화하면서 초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뒤를 이은 벚꽃은 상춘객들의 마음마저 강탈했지만 역시 봄비에 죄 추락하였지요. ‘계절의 여왕’이라는 튤립 또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랍니다. 길어봤자 열흘 후면 내년을 기약하며 우리의 시선에서도 사라지는 것이죠.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였다가 열흘 동안 고운 모습을 보이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식물들에도 대화법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식물들은 신기하게도 그들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즉, 식물은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뿐 아니라 사람과 다름없이 섬세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경쟁보다는 협조를 통해 공생하는 식물의 대화법은 생명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선지자의 지혜를 보여 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의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인 백스터가 검류계를 이용해 식물의 자극과 반응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놀랍게도 식물도 자신만의 언어가 있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공존을 위해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사실이 도출되었습니다.
즉, 식물은 향기와 진동의 언어로 서로 대화하며, 공존을 위한 숲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인간과도 교류하며 생명의 세계를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이죠. 식물과 식물이 서로 대화하듯 그림과 인간 사이에도 대화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미술관에 방문하면 특정 작품 앞에서 몇십분, 혹은 1~2시간 동안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들이 존재하곤 합니다. 이들은 단순하게 그림을 오래 보고 있는 것이 아는 그림과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저 또한 그림과 대화를 진행하고, 그 작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공간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유를 깨닫고자 2022 레드엘 갤러리 소장 展을 방문하였습니다.
2022 레드엘 갤러리 소장 展은 권현경 작가 외 20인의 주옥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5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대전광역시 동구 동서대로 1669 대전교차로 빌딩 1층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방문할 수 있습니다. 2022 레드엘 갤러리 소장 展은 커피숍을 겸하고 있으며,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하여 전시회에 방문하는 대전 주민들이 대전에서 위와 같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2022 레드엘 갤러리 소장 展을 감상하면서 그림이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림마다 다른 분위기를 비교해보는 값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레드엘 갤러리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각종 장르의 전시회는 대전광역시 동구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회가 진행됨으로써 동구의 방문객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