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곡식을 모으던 창고가 사람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순천 브루웍스”

시민기자단_남혜경

요즘 창고형 카페가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래된 창고가 도시재생을 만나 멋스럽고 유니크한 공간으로 변화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곡식을 보관하던 창고 또한 도시재생을 통하여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었습니다.

순천 브루웍스 전경

순천 브루웍스 전경

순천역에 내려 한적한 거리를 500m 정도 걷다 보면, 왼편으로 철제 구조물이 보이고 그 위로 ‘BREWORKS’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위치를 제대로 찾아왔지만, 첫인상은 카페가 아닌 창고처럼 느껴집니다. 간판 구조물만 새로 만들고, 나머지는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창고처럼 느껴졌던 첫인상은 내부로 들어간 후 달라지었습니다.

내부에 대한 소개를 들어가기 전에 브루웍스가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하여 말씀드리자면, 브루웍스는 원래 ‘조곡동 151-31 농협창고’라는 이름으로 1993년 완공되어 20여 년 동안 곡물 저장창고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곡물 저장창고는 그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은퇴하게 됩니다. 기능을 다 한 농협창고는 흔적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하여 원래 모습을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순천 브루웍스 내부

순천 브루웍스 내부

외관은 영락없이 창고였는데, 내부는 그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공간입니다. 물론 이곳이 창고였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신기하게도 창고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래됨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끼게 하는데, 여기서는 오래됨 = 멋스러움입니다.

과거에 창고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기둥도 없고, 단층인데 천장이 높아서 2층처럼 느껴집니다. 로스팅과 브루어리 공방 그리고 빵을 만드는 주방과 커다란 컨베이어벨트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까지 꽉꽉 들어찼는데도 워낙 공간이 넓다 보니 전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브루웍스는 하나의 기능만을 담당하던 곡물창고를 기능과 형태에 따라 변화를 주어 각각의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기능화된 각각의 구성단위들은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여러 형태를 끌어낼 수 있도록 공간을 더하고 가치를 입혔습니다.

특히 곡물을 가득 채운 포대를 옮겼던 컨베이어벨트는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 및 상품을 진열하는 매대로 변신했습니다. 자칫 생뚱맞을 수 있지만 어울리는 것은 공간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벽면에 설치한 증기기관은 그저 장식이 아니라 때때로 연기를 뿜어내어 마치 커피나 카카오 공장에 견학을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브루웍스는 평일 낮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커피 교육을 진행하고, 주말에는 작은 음악회와 프리마켓이 열려 주민과 방문객이 모두 만족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곡물창고에서 청춘 창고로 재탄생

곡물창고에서 청춘 창고로 재탄생

낡은 곡물창고에서 핫플레이스로 재탄생한 건물은 브루웍스뿐일까요? 아니요. 바로 맞은편에도 있습니다. 이곳은 1945년에 건립되어 80여 년 넘게 정부의 양곡을 보관하던 창고였지만, 현재는 청년 점포와 공연이 가능한 무대 및 작품전시를 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청춘 창고는 청년들의 꿈을 키우는 창업 공간이자 청년들의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는 곳입니다. 청춘 창고와 브루웍스는 각각 2017년, 2018년에 문을 열었고 매주 1만 명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쓰임을 다한 물건은 버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쓰임을 부여한다면, 굳이 버려져야 할까요? 곡물을 보관하던 창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복합문화공간이자 청년들의 꿈을 키우는 창업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곡물에서 문화와 꿈을 보관하는 창고로, 존재를 달리하여 재탄생한 것입니다. 허름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버리기 전에 존재의 가치를 달리 부여하면 쓰임을 다한 물건일지라도 색다른 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