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고혜정
대전광역시 중구 무수동을 아시나요? 대전오월드와 뿌리공원이 마주하는 2차선 도로를 달려 30여 분,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장승들을 지나서도 당산나무까지 한참 더 올라가야 닿는 마을입니다. 나지막한 산자락 안에 너른 논밭이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교통의 중심지’, ‘과학의 도시’, ‘우리나라 6대 광역시 중 하나’로 불리는 대전이 맞나 싶습니다. 그야말로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농촌이지요.
지도를 펼쳐놓으면 대전에서도 중남부, 보문산 남쪽 기슭에 자리하며 동쪽으로는 구완동, 남쪽으로는 목달동, 북쪽으로는 사정동, 서쪽으로는 침산동, 동북쪽으로는 문화동·대사동·부사동에 맞닿아있는 동네입니다.
원래는 물과 무쇠가 풍부하여 ‘무쇠골’이라 불렸다는데요. 조선 숙종 때 학자인 권기 선생이 정착하면서 그의 호인 무수옹(無愁翁)을 따라 지금의 ‘무수동’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무수동’이 무슨 뜻일까요? 한자를 하나씩 풀어보자니 ‘無(없을 무)’에 ‘愁(근심 수)’이니 ‘근심 없는 동네’랍니다. 그래서 마을회관에는 ‘하늘 아래 근심 없는 마을, 무수천하마을’이라는 현판이 외지인을 맞아줍니다.
무수동은 안동 권씨 집성촌으로 이름처럼 근심 걱정 없이 대대로 살아왔다는데요. 농촌 마을답게 무공해 부추와 유기농 쌀을 비롯해 여러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동 권씨 유회당 종가, 여경암, 거업제 등 역사 깊은 문화재도 간직하고 있으며, 조선 중기부터 오늘날까지 마을의 풍년과 무탈을 기원하는 ‘무수동 산신제’라는 민속신앙을 이어오고 있지요. 무수동 산신제는 매년 정월대보름마다 열리는데 이때마다 나무 장승 한 쌍을 새로 깎아 마을 초입에 새우는 장승제도 함께 합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같은 민속행사도 즐기고 마을 어르신들이 정성껏 준비해 주신 귀밝이술에 오곡밥도 배불리 맛볼 수 있어 해마다 2월이면 조용했던 동네가 북적인답니다. 2006년에는 대전을 대표하는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어 다양한 체험 행사로 도시인들을 맞이하고 있지요.
이처럼 자연과 역사와 농업이 어우러진 무수동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습니다. 나그네를 맞이하는 장승들을 지나 마을로 향하던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요. 지난해부터 조성 중인 새 도로를 따라 20여 분쯤 더 들어가면 ‘대전 무수동 치유의 숲’이 마중 나옵니다.
대전 무수동 치유의 숲의 무장애 데크로드
대전 무수동 치유의 숲은 지난해 4월 문을 열었습니다. 대전 최초의 치유의 숲인 만큼 '대전 치유의 숲'이라는 별명도 있는데요. ‘치유의 숲’이 무엇인지 궁금하시지요?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제2조5항에서 산림치유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한 산림으로 정의하였다. 즉,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 활동이 행하여지는 공간적 대상으로 산림의 다양한 환경을 이용하여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심신의 병을 치유할 수 있도록 특화되어 조성된 산림이라는 장소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 - 대전광역시 치유의 숲 누리집 중에서 ‘치유의 숲이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온갖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쳇바퀴 돌 듯 바쁜 일상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길 여유조차 없지요. 나쁜 생활 습관과 인위적인 환경에서 항상 피로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숲의 아름다운 경관,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상쾌한 피톤치드 향, 나뭇잎 사이로 비춰드는 햇살 등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몸과 마음의 편안함이 증진된다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로 ‘산림치유’ 효과인데요.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성단계부터 많은 연구가 바탕이 된 특별한 숲입니다.
산림치유 전문가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
숲길을 천천히 거닐거나 숲 속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은데요. 대전 무수동 치유의 숲에는 치유센터와 산림치유지도사가 있어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일반 성인, 노인 등 참여 대상의 생애주기에 맞추거나 주부, 직장인, 장애인, 가족 등 참여 대상의 특성에 맞춰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뜻하지], [기억하지], [행복하지], [향기롭지], [재미있지], [흥미롭지] 등 프로그램 명칭도 정겹고 예쁘지요.
무수정(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보문산
하지만 전문가와 동행하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 혹은 가족이나 친구와 느긋하게 숲길을 산책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대전 무수동 치유의 숲이 소개하는 3개의 숲길 코스 중에서 골라보세요.
먼저 '모두숲길'은 물소리쉼터, 풍욕장, 전망대, 나무감성치유원, 대나무원, 단풍나무원을 따라 걷는 1.5km의 순환로입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 등 보행 약자들도 안전하고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로드입니다. 빠른 걸음으로는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지만 이름 모를 풀꽃을 들여다보고 굴참나무에 기대어 쉬다 보면 1시간 족히 걸립니다. '운동치유길'은 치유센터를 기점으로 다목적광장, 나무감성치유원, 풍욕장, 보문사지갈림길, 유실수원을 지나 주차장에서 다시 치유센터로 돌아오는 2.7km 코스입니다. 이름 그대로 운동 효과 만점인 숲길이라 만만하게 도전하면 큰 코 다친다지요. '물길 따라 걷는 길'은 치유센터에서 보문사지로 향하는 1.5km 코스인데요. 계곡과 폭포를 따라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청량함과 쾌적함을 만끽할 수 있답니다.
대전시민을 위한 힐링 명소, 대전 무수동 치유의 숲. 여름이 깊어가는 지금은 뽕나무에서 남보랏빛 오디가 익어갑니다. 도시의 소음과 완전히 단절된 이곳에서 잠시 스마트폰을 꺼두고 느림의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