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with DSI

모두를 위한, 내일의 도시재생

정경석_혁신공간연구실장

6월호와 이어집니다.

Q4. 말씀을 듣다보니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당한 기간과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진행한 사업이다보니 여러 방면에서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박사님이 생각하시기에 그래도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장점 혹은 잘한점도 말씀해주실 것이 있으실까요?

정경석 박사 :  타 지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대전의 도시재생에 있어서는 주민협의체나 도시재생대학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왜 도시재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같이 고민 하고, 또 학습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도시재생 사업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부족했던 숙성의 시간, 발효의 시간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대전세종연구원 정경석 박사

Q5. 박사님께서는 과거에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하시기도 했는데요. 혹시 저희 센터에 계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요?

정경석 박사 :  대전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기 이전에 대전발전연구원(현 대전세종연구원)에 균형발전지원센터가 있었습니다. 균형발전지원센터에서는 원도심 활성화 지원 조례에 의해서 도시균형발전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정 계획이 아닌 조례에 의한 사업이었고 한시적으로 적립된 기금이 소진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발전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제정된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서 대전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대전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우리 연구원에서 위탁하게 되었고, 자체 균형발전지원센터와 기능과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침으로 인해서 이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대전광역시의 도시재생 전략계획, 활성화계획 등이 수립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대전광역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 근거해서 공무원들이 해야 될 업무 가운데 민간에 위탁했었을 때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위탁 관리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센터가 독자적으로 기획을 해서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자율성이나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려웠던 것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제가 부센터장으로 역임하게 된 것은 당시 비상근직인 센터장의 결재권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센터장의 역할은 주로 예산 집행의 적절성을 타진하는 것이었고 예산의 기획이나 사업의 집행 등은 센터장과 팀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도시재생지원센터 조직 내에서 발생한 여러 이해관계의 갈등 양상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저는 부센터장으로서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더불어서 연구원들의 자율성을 나름대로 최대한 보장해 드리고자 노력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구성원들간의 화합을 이끌어 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Q6. 박사님께서 현재 대전광역시 대덕구 여성친화도시조성협의회 위원이신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된 지금 여성 친화적인 도시재생의 중요성과 그 적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경석 박사 :  흔히 자유주의 건축과 도시계획의 가장 큰 차이는 건축은 건축주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점입니다. 사유 재산에 속하는 건축 공간을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자 건축 설계를 하고 건축 행위를 하는 것이죠. 그러나 개인의 이익 극대화는 늘 공공의 이익과 상충 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렇게 상충되는 부문은 도시계획을 통해서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도시계획이라는 학문은 사실 모두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계획안을 도출하는 것이죠. 그 속에는 성별 또는 연령에 대한 구분 없이 모든 사람들을 고려한 계획안을 생각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기본적인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집단, 특정 연령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부분들을 여성 내지 남성 중심의 공간계획이라고 선을 그어서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도시계획가들 또는 도시재생을 하시는 분들이 그것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고려를 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들이 원하는 눈높이만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이는 전문가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없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참여자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도시 및 도시재생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그것이 곧 여성 친화적인 도시로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Q7. 박사님께서 최근에 참석하신  'Daejeon is U, 대전시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주제로 방영한 'CMB 집중토론'에서 세계적인 트렌드는 ‘기후변화’와 ‘디지털 대전환’이라고 하셨습니다. 두 이슈와 도시재생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정경석 박사 :  2050년을 목표로 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범지구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점점 고도화 되고, 도시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에너지 생산 및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는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잡아먹는 에너지 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지속 가능한 도시 공간과 정주 환경의 조성을 위해서는 특히, 에너지 소비, 즉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도시공간 환경 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 시킬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탄소 배출량 비중이 높은 운송 분야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운송 분야에서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의 저감을 위해서는 우리의 행동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처럼 개인 자동차 중심의 교통 체계로 계속 가져가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의 연례보고서에서도 계속 강조되는 바는 걷기 좋은 도시로 도시공간구조를 변화시키자는 것입니다.
예로서, n분 도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파리의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이 재선 때 주장한 것이 15분 도시 파리입니다. 뉴욕 시장과 멜버른 시장은 20분 도시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고 박원순 서울 시장이 15분 생활권 도시를 주장했었고, 현재 박형준 부산시장도 20분 도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n분이라는 이 시간의 개념은 단순하게 사람들의 이동 시간을 20분 또는 15분 이내로 단축시키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핵심은 친환경 교통수단인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20분 만에 도달 가능한 범위 내에 우리가 필수적으로 이용 가능한 상점, 주민 시설, 학교, 공원과 같은 녹색 기반시설에 대한 일상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필요한 도시 서비스들이 충족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렇게 도시 공간 구조를 생활권 단위로 재편하고, 그 안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면, 도시내에서의 탄소발자국을 현저하게 저감시킬 수 있는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는 점이죠 거기에 더해서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비해야 할 것이 의료비 과다 지출에 의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노령자들의 경우, 뇌․ 신경계 질환, 고관절, 심혈관계 및 폐 질환, 당뇨 등과 같은 노인성 질환에 대한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행동 변화 뿐 아니라, 고령자들의 의료비 지출 저감을 위한 예방의학적인 관점에서도 걷기 좋은 도시는 모범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걷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며, 편리한 대중교통 환승 체계와 사고로부터 안전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경석 박사 :  디지털 전환의 경우,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더욱 고도화되면 우리의 일상생활들은 전부 다 디지털플랫폼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기저에는 높은 교육열과 낮은 문맹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오늘날 초연결성, 초지능화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도전 과제는 디지털 문맹률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가 하는 문제입니다. Web 1.0이 텍스트 기반 사회였다면, Web 2.0 시대는 유튜브와 틱톡으로 대변되는 영상 콘텐츠 중심의 사회로 대변될 수 있고, 근 미래의 Web 3.0은 메타버스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할 모든 인터넷 활동 및 소통 행위는 향후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네이버Z의 제페토(ZEPETO)같이 메타버스 초기 플랫폼을 이용해 보신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만 봐도 그런것들을 굉장히 익숙하게 다룹니다. 하지만 요즘 인건비 절감을 위해 많이 도입되고 있는 키오스크 상점들을 이용하는데 어려움과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의외로 매우 많습니다. 고령층 뿐만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디지털 문맹자들을 적지 않게 발견하곤 하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그동안 익숙치 않았던 온라인 활동들이 점차 일상화 되면서, 코로나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되더라도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이전의 오프라인 중심의 사회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하는 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향후에는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및 모임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디지털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 것입니다.
이는 곧, 도시재생 사업이라든지 공동체 활동 역시 언제까지나 오프라인이 베이스가 될 수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앞으로의 주민 간 협업 또는 재생사업들도 결국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 디지털 트윈 세상이 열리는 겁니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가상 세계에 모사해서 주민들이 디지털 접속을 통해 다양하게 자기들의 의견을 펼치고, 그 안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본인이 원하는 공간 환경을 그려내며, 그것을 매개로 의견을 주고받고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인데, 우리 사회는 이러한 디지털 대전환에 과연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8. 저희 인터뷰는 마지막에 다음 인터뷰 대상을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공식 질문으로,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하고 싶으신 분이 계신가요?

정경석 박사 :  대전 내에 도시재생으로 저명하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전세종연구원 내외적으로 그러한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연구원 내에서는 문화재생 분야에 일가견이 있으신 미래기획실 염인섭 박사님을 추천드립니다.

배민경 연구원 :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희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대전 도시재생에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