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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에서 발견한 일상의 기록과 도시의 재생
도시재생 서포터즈 대전도시남자들 박성진
익산 원도심을 걸어보면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서서히 드러난다. 오래된 골목과 건물들 사이로 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어에서 방문한 보글하우스 라면박물관과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이지만, 모두 일상과 역사를 통해 원도심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먼저 찾은 보글하우스 라면박물관은 이름부터 경쾌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라면 전시관’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 문화와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생활사 자료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라면이라는 흔한 음식 하나를 중심으로 시대별 패키지 디자인, 광고, 라면 산업의 성장 과정이 전시되어 있고 이를 통해 세대별 생활양식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다. 언뜻 가볍게 보이는 전시물이지만, 이러한 사소한 일상 기록 역시 도시 문화의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보글하우스 라면박물관이 단순한 관람형 공간을 넘어 체험형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방문자가 라면의 생산 과정이나 브랜드 스토리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이 기획되어 있어 원도심 방문의 이유를 확장해 준다. 이러한 ‘콘텐츠 기반 활성화’는 도시재생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다. 노후한 건축물과 골목도 흥미로운 프로그램과 연결되면 충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보글하우스가 보여주는 방식은 바로 그 실험이자 가능성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보글하우스 라면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화려한 전시 연출 대신 조용하고 단정한 공간 속에 기록물들이 차분하게 자리하며, 익산의 시간 축을 따라가는 구조로 기획되어 있다. 이곳의 전시는 ‘역사’라기보다 익산 시민 개인의 삶을 모은 ‘생활 기록’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진, 문서, 생활 도구, 지역신문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익산 원도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익산의 산업화, 철도 기반 도시 성장, 그리고 구도심의 쇠퇴와 변화를 시기별로 정리한 자료들은 도시재생의 출발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새로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잃어버린 정체성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관은 익산의 ‘기억 저장소’이자 미래를 위한 기초 데이터 역할을 한다. 익산 원도심이 왜 중요한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스스로 설명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두 공간을 순서대로 탐방하면서 느낀 점은 익산 원도심이 ‘과거를 보존하는 도시’가 아니라 ‘과거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보글하우스 라면박물관이 익산의 생활 문화를 현재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면, 역사기록관은 시민의 기억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있다. 둘은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기록을 통해 도시를 재생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
익산 원도심은 아직 완성된 도시재생의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일상의 라면에서 새로운 도시 콘텐츠를 기획하고, 시민의 기억을 모아 지역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방식은 익산만의 자생적인 재생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번 투어는 익산이 과거의 의미를 단순히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각과 연결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익산 원도심의 변화는 느리지만, 그 속도만큼 단단하게 도시의 새로운 층위를 쌓아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