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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백제문화제에서 느낀 재생의 힘
DJRC   2025-11-07 17:19:50   40

공주 백제문화제에서 느낀 재생의 힘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망고팀 장호준



 올해 도시재생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여러 지역의 축제를 다니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주 백제 문화제였다. 백제의 고도라는 이름답게 공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도시였고, 그 속에서 도시재생이 어떻게 문화와 관광을 연결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축제는 공주터미널 근처 금강 일원과 공산성 일대에서 진행되어 접근성이 뛰어났다.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깃발과 현수막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높였고, 차량을 가져온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된 넓은 주차장과 무료 셔틀버스도 잘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었고, 지역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현장을 단순히 구경하는 관람객의 시선이 아니라, ‘이 축제가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를 관찰하는 마음으로 둘러봤다. 공산성 앞 골목길에는 전통공예 체험 부스, 청년 창업 부스, 공주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 모든 공간이 단순히 축제용 임시 공간이 아니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꾸준히 활성화되고 있는 원도심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상권이 침체되어 빈 점포가 많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상인들의 활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의 외벽이 새롭게 칠해지고,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장식물로 꾸며진 거리에서는 ‘사람이 머무는 도시재생’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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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백제문화제의 묘미는 단연 역사와 현대의 조화였다. 낮에는 백제시대 의상 체험과 전통 무예 시연, 금강변 퍼레이드 등 고대의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한 프로그램이 펼쳐졌고, 밤에는 미디어아트쇼와 불꽃놀이가 어우러져 새로운 감각으로 백제의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금강 위에 설치된 조명 조형물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사로잡았던 순간은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난 뒤 금강교 위에서 바라본 공주의 야경이었다. 물 위로 반사되는 불빛이 반짝이며, 공산성의 윤곽과 강변의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백제의 수도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은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쏟아냈고, 나 역시 오랜만에 도시의 밤이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재생이 단순히 공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되살려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때 깊이 깨달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은 바로 공주의 특산물인 ‘밤’으로 만든 먹거리였다. 축제장 곳곳에는 지역 농가와 청년 창업팀이 운영하는 먹거리 부스가 즐비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많았던 건 ‘밤 호떡’과 ‘밤꿀 아이스크림’이었다. 밤 호떡은 갓 구운 따뜻한 반죽 속에 달콤한 밤소가 듬뿍 들어있어 한입 베어물면 고소한 향이 퍼졌고, 달콤하지만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특히 밤의 식감이 살아 있어 일반 호떡보다 훨씬 풍미가 깊었다. 밤꿀 아이스크림은 공주산 꿀을 넣어 만든 부드러운 디저트로, 축제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딱 좋았다. 그 아이스크림을 들고 금강변 벤치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의미였다. 지역 농산물이 이렇게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은 도시재생이 ‘경제의 회복’과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도시의 힘이라고 느꼈다.


 축제 마지막 날, 금강변을 걸으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도시재생이란 결국 시간을 재생하는 일이 아닐까. 과거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려 현재와 연결하는 일 말이다. 공주는 그 과정을 정말 아름답게 해내고 있었다. 백제문화제는 단순히 옛 문화를 복원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도시의 미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과거의 문화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동시에 새로운 공주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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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는 오래된 도시지만 결코 낡지 않은 도시였다. 오히려 시간이 쌓일수록 더 깊어지는 매력이 있었다. 축제를 통해 나는 도시재생이란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임을 확실히 느꼈다. 백제의 숨결이 깃든 공주에서 경험한 이번 축제는 내게 ‘재생’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지역 축제와 도시재생이 서로를 비추며, 더 많은 사람에게 공주의 따뜻한 빛을 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