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균형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꿈꾸는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가족과 함께 즐기는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 일상 속 예술의 온기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락팀 황주형
도시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 누군가의 일상과 추억이 쌓인 공간에는 자연스레 온기가 깃든다. 나는 그 온기를 따라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 현장을 찾았다. 마침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던 날, 도심 속 거리에는 음악이 흐르고 웃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그 순간 느꼈다. ‘아, 이곳은 예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이구나.’
서구 아트페스티벌은 이름 그대로 ‘예술을 통한 축제’다. 하지만 단순히 무대 공연이나 전시로만 구성된 행사가 아니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아이들은 손으로 만들며 배우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 짓는다. 예술이 거창한 무대나 화려한 조명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끝과 눈빛 속에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다양한 부스들이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 페인팅, 풍선 만들기, 미술 체험, 지역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전시까지, 각자의 개성과 감각이 살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시선을 붙잡은 건 ‘박스를 활용한 꿈돌이 저금통 만들기’ 체험 부스였다. 아이들이 색색의 마커로 박스를 꾸미며 자신만의 꿈돌이를 완성해 가는 모습은 마치 작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보는 듯했다.

꿈돌이는 대전의 상징이자, 과학과 문화의 도시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꿈을 모으는 저금통’이라는 아이디어로 재해석된 점이 흥미로웠다. 아이들은 자신이 꾸민 꿈돌이의 머리 위로 동전을 넣으며 스스로의 꿈을 쌓아 가는 듯했다. “나중에 이 돈으로 로봇을 만들 거예요.” “저는 꿈돌이처럼 멋진 발명가가 될 거예요.”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열정과 상상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예술의 힘이 결국 ‘상상력의 확장’에 있음을 새삼 느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공간은 ‘원목 기차 놀이터’였다.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손과 발로 직접 만지고 오르내리며 시간을 보냈다. 전자기기나 스크린에서 벗어나 오롯이 몸으로 느끼는 놀이의 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그 주위의 공기마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부모들은 아이를 지켜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서로의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를 되찾았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함께 논다’는 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풍경이다. 부모는 바쁘고,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린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회복’을 상징하는 듯했다. 예술이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가 된다면, 그 언어가 가장 따뜻하게 번역되는 곳이 바로 이런 축제가 아닐까.


행사장을 둘러보며 곳곳에서 들려오는 지역 예술가들의 음악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통기타의 선율이 바람에 실려 흐르고, 거리 한쪽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이어졌다. 누구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리듬에 몸을 맡기면, 도심의 소음도 잠시 잦아드는 듯했다. 예술은 이렇게 일상의 틈새로 스며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축제가 누군가의 ‘전문적인 관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술을 잘 몰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음악을 배우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함께하는 마음이었다. 아이와 부모, 연인과 친구, 할머니와 손자까지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웃고 즐기며 하루를 공유했다. ‘아트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예술을 체험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행사장은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부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 손에 저금통을 들고 자랑하는 아이들,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가족들. 모두가 저마다의 ‘작은 행복’을 품고 있었다. 예술이란 어쩌면 이런 순간을 만들어주는 힘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소소한 감정들—만드는 즐거움, 기다림의 설렘, 나눔의 기쁨—이 되살아나는 순간 말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행사장에서 받은 작은 저금통을 손에 쥐었다. 아이들이 남긴 색연필 자국이 여기저기 묻은 상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종이 상자가 아닌, 누군가의 꿈과 웃음이 담겨 있었다. 예술은 그렇게 우리 곁에서, 손 닿을 곳에서, 일상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지역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무대이며,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확장시키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사람들 마음속에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오늘의 축제는 그 증거였다.
도시가 아름다워지는 건 건물이나 조명이 아니라,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의 미소 덕분이다. 그리고 예술은 그 미소를 피어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전 서구의 거리에서 피어난 예술의 온기, 그 따뜻한 하루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