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균형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꿈꾸는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한 땀 한 땀, 도시에 수놓다: 맞춤 패션 플랫폼 방문기
도시재생 서포터즈 com.com팀 김예슬
맞춤 패션 특화거리의 역사
대전 중촌동에는 맞춤복 상점이 즐비한 ‘맞춤패션특화거리’, 그리고 맞춤복 산업의 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인 ‘맞춤 패션 플랫폼’이 있다.
이 맞춤복 거리의 시작은 무려 1960년대, 원단을 판매하던 할머니의 원단 가게에서부터 시작했다. 의상 제작에는 원단이 필요하다 보니 가게 주변으로는 자연스럽게 맞춤 의상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골목마다 맞춤복 상점이 가득한 거리를 이루었다. 그 자리를 지키며 일해온 결과 2003년에는 이 거리를 ‘맞춤패션특화거리’로 지정하여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러한 맞춤패션특화거리의 한가운데에는 2022년 12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완공된 ‘맞춤 패션 플랫폼’이 있다. 이곳에 방문해 맞춤복 거리에서 ‘샬롬’ 의상실을 운영하면서 상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옥희 회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맞춤 패션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을 참관하며 맞춤 패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느껴 보았다.
맞춤 패션 플랫폼의 탄생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특화 거리지만, 유행하는 디자인으로 쉽고 빠르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기성품 위주의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패션 업계를 장악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며 상인 연령층이 높아지고 대를 이어 상점을 운영할 사람이 없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맞춤패션특화거리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결혼식이나 무대, 공연과 같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었는데, 행사에 사용되는 맞춤 의상을 주로 제작해 온 상점은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상인들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하는 주민들을 도왔다. 맞춤 의상실을 운영하며 재봉하던 경력을 살려 면 마스크를 만들고, 마스크가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나누기로 한 것이다. 맞춤패션특화거리의 상인들은 중구 자원봉사센터와 협업하여 원단을 공급받고, 면 마스크를 제작했다. 마스크 재단은 처음이라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밤낮없이 제작에 몰두해 결국, 1만 장을 제작하였고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힘들었던 팬데믹 시절 주민들에게 힘을 보탰다.
마스크 재능 기부 이후 맞춤패션특화거리의 상인들은 지금까지 기른 이 기술을 활용해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 마음을 바탕으로 옷 만드는 것이 좋아 의류학과에 진학하고 패션 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어린 세대를 돕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의류 관련 전공 대학과 협력해 대학생들이 만든 옷을 상인들이 현실로 구현하고, 같이 쇼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맞춤 패션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던 중, 활동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중촌동 맞춤패션특화거리가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상인들은 ‘어린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갈 곳이 없고, 맞춤복 거리의 상인들은 나이 때문에 도태될 위기다’라며 도시재생 사업이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길 원한다는 바람을 드러냈고, 마침내 2022년 오랜 경력의 맞춤복 상인들과 패션 업계에 종사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를 이어주는 공간인 맞춤 패션 플랫폼이 문을 열게 되었다.
맞춤 패션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사업
맞춤 패션 플랫폼에서는 패션 관련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2024년 7월부터 11월까지 로컬 브랜드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패션스쿨’, ‘글로벌 패션리더 패션스쿨’ 두 가지 수업을 운영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패션스쿨’에서는 시니어 모델이나 지역의 1인 크리에이터 등 패션 관련 인플루언서들이 창작 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 중이다. 퍼스널 컬러와 2024년 패션 트렌드, 섬유 재질과 같이 패션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이론부터, 나만의 상품과 브랜드를 기획하는 방법, 제품 촬영 기법, SNS 플랫폼별 특징과 활용법 등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때 도움이 되는 실전 교육까지 실시해 완성형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글로벌 패션리더 패션스쿨’은 다문화 가정 여성에게 패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 초반에는 손바느질부터 재봉틀 다루는 방법 등 재봉의 기초적인 과정부터 가르쳐 주며, 예를 들면 컵 받침과 파우치, 작은 가방처럼 쉬운 소품을 만들며 실력을 기른다. 이후 본격적으로 원단에 대한 이해와 의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습한다. 수업의 마지막에는 국가의 전통 의상을 제작하고, 성과발표회를 개최하며 마무리할 예정이다. 교육 이후 수업을 들으며 패션에 관심이 생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심화 교육을 진행하고자 계획 중이고, 다문화 여성들이 수업을 통해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패션 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돕고, 글로벌 패션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홍경선 작가님이 진행 중인 글로벌 패션리더 패션스쿨 실습수업은 취재하면서 수업 분위기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두 교육실을 사용 중이었는데, 책상이 많은 강의실 형태의 전문교육실에서는 의상 제작을 위해 패턴이나 원단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뒤 재단하고, 반대편의 교육실에서는 의상을 제작하는 모습이었다. 재단을 완료한 수강생들이 작가님의 피드백과 도움을 받으며 각자의 작품을 재봉하고 있었다.
교육실은 완전히 실습을 위한 공간처럼 재봉틀과 실, 다리미 등 재봉에 필요한 기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구들의 개수도 많고 계속해서 많은 수강생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임에도 매우 청결해 쾌적하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교육의 분위기가 딱딱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로워서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수업을 취재하면서 수강생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수업에 찾아온 수강생들은 재봉틀에 실 꿰는 법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그 상황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능숙한 모습이었는데,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그들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강사인 홍경선 작가님의 열정 또한 느껴졌다. 재봉틀을 바쁘게 옮겨 다니며 모든 수강생이 문제없이 실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심하게 한명 한명 교육을 진행하기에, 의상 제작의 경험이 전혀 없던 사람도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실력자가 될 수 있음을 취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인재 양성에 힘쓰는 동시에 맞춤패션특화거리의 상인들도 멈추지 않고 플랫폼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또 장인 정신을 불태우고 있다. 현재 맞춤패션특화거리의 상인들은 각종 지역 축제의 식전 행사에 사용되는 의상을 만들고, 다가오는 10월에는 무려 4개의 패션쇼에도 참여하는 등 로컬 행사를 빛내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일하고 있다. 또 패션 전공 교수를 디렉터로 초빙해 염색 교육이나 여러 국가의 쇼를 시청해 학습하는 등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 산업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한다. 쉽게 입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맞춤 패션 플랫폼에서는 오래된 청바지, 커피콩을 담았던 자루, 현수막 등 어쩌면 쉽게 버려질 뻔했던 원단을 에코백으로 만들어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스로 원단을 선택하고 만드는 수업 과정을 통해 물건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 있고, 더 오래 사용하며 곧 건강한 패션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추가로 맞춤 패션 플랫폼은 맞춤 패션의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한 공간뿐 아니라, 주변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맞춤패션특화거리 근처에는 유치원이 많다. 하지만 골목으로 이루어진 거리 특성상 넓은 공간이 없어 입학이나 졸업, 체육대회처럼 단체 활동을 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때 맞춤 패션 플랫폼은 공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현재 플랫폼에서는 유치원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개최하고, 유치원의 중간 관리자 교육이나 학부모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1층에는 넓은 공영주차장도 있어, 골목의 주차난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패션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누구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서, 플랫폼은 패션을 위한 공간에서 더 나아가 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편의 시설의 역할도 하고 있다.
맞춤 패션 플랫폼과 맞춤 패션의 미래
김옥희 회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맞춤패션특화거리의 역사부터 맞춤 패션 플랫폼의 탄생, 그리고 맞춤복 산업을 지키기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맞춤 패션 플랫폼과 맞춤패션특화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옥희 회장님과의 인터뷰에서 ‘한 자리에서 몇십 년 동안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맞춤패션특화거리를 채우고 있는 맞춤복 상점의 상인들은 오랜 시간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이 거리를 지켜오고 있다. 또 패션에 관련된 각종 교육을 수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봉틀, 실, 원단 등 패션 재료들을 실제로 보고 만져볼 수 있어,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학습과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패션과 재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관심만 있다면 찾아와 바느질을 배우고, 일상에서 소소하게 옷을 만들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이 맞춤 패션 플랫폼의 큰 장점이다.
“요즘 우리는 패스트 푸드처럼 옷을 빨리빨리 새 옷을 사 입고 버려요. 길 가다가 가격이 싸면 그냥 사고, 아닌 것 같으면 쉽게 버려지는 옷이 너무 많은 거죠. 순면, 마 같은 재질도 아니라 썩지도 않아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데, 옷을 좀 길게 보고 고쳐 입으면 좋을 텐데. 그래서 이 공간이 누구라도 올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옷을 주문하러 오든지, 부모님이 입던 옷으로 아이 옷을 만드는 것처럼 추억이 담긴 옷을 입을 수 있게도 만들 수 있고요. 단추가 떨어졌을 때 달고 가고 싶은 사람, 바느질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죠. 옷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칼라나 소매 다는 법만 알고 싶고, 또 어떤 사람들은 수선하는 법만 알고 싶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아무나 찾아와서 배울 수 있는, 재봉의 문턱을 낮추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