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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도시재생 서포터즈 특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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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립미술관 「느린 마주, 고요의 형태」 그리고 이재은 작가
DJRC   2025-07-08 15:09:34   34

임립미술관 느린 마주, 고요의 형태그리고 이재은 작가

 

도시재생 서포터즈 뉴헬퍼팀 유시연

 

날씨가 화창했던 6월의 어느 주말, 공주에 있는 임립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좁다란 시골 골목길을 따라가면서, ‘이곳에 정말 미술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미술관 입구에 다다랐고, 생각지도 못한 넓은 공간과 다양한 미술작품을 보고서 비밀의 화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겠구나싶었습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이재은 작가님은 현재 임립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사로도 근무하고 계셨습니다. 매표 후, 작가님이 정원으로 나와 미술관의 전체적인 공간 구성에 관하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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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안내받은 공간은 이번 느린 마주, 고요의 형태전시가 열리는 전시관이었습니다. 이재은 작가님을 포함한 충남지역에서 활동 중인 17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이번 기획전은 고요’, ‘안정’, ‘안녕’, ‘사색’, ‘사유와 같이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색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작가 각자의 시선과 방식으로 삶 속에서 잊기 쉬운 느림마주함의 순간을 포착하여 시각화한 작품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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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하는 동안, 전시의 주제인 고요’, ‘사색’, ‘느림등의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작가마다 다르게 표현한 감정과 이야기, 그리고 그림체에 매료되어 흥미롭게 감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재은 작가님의 작품은 지난 0시 축제에서 본 기억이 있어 눈에 익었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관람하며, 축제 당시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품 속의 재밌는 포인트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작품을 보며 생긴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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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획전 전시 외에도 임립미술관의 관장님이신 임립 작가님의 작품 전시회, 소품전, 인물화 작품전 등도 각기 다른 건물에서 관람 가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임립 작가님의 서재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잠깐이었지만 공간에 묻은 세월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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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관과 조각공원을 모두 돌아보고, 미술관 가장 안쪽에 있는 카페로 향했습니다. 카페 옆으로 미술관에 들어오며 상상도 하지 못한 넓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정말 신비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재은 작가님이 직접 시원한 에이드를 만들어주시면서, 매표한 분들은 관람 후 커피 한잔하실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호수가 잘 보이는 창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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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올해 청년 작가 창업실에 입주하게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1.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계속 학교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동기나 선후배와 함께 작업실을 썼거든요. 그래서 처음 혼자 작업실을 쓰게 되었을 때는 적응이 안 되고 조금 외롭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적응되니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이제는 그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저 자신과 더 깊이 대화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루하루가 제 그림과 저만의 시간처럼 느껴지고, 그만큼 몰입도가 좀 커진 느낌이라 작품에도 깊이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2. 이번 느린 마주, 고요의 형태기획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A2. 여기 임립미술관에서 문화예술교육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교육 업무뿐만 아니라 전시 관련 실무도 함께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회의를 통해 담당자를 정했는데, 제가 작가 활동도 하기에 담당을 맡게 되었고요. 기존에 계셨던 작가 몇 분들을 포함하여 새로운 작가 모집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 같이 보게 됐어요. 회의에서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관장님께서 제 포트폴리오도 한번 가져와 봐라하셨습니다. 제가 직원이어서가 아니라 철저히 주제와 맞는지를 확인하시고 전시회를 같이 하면 괜찮겠다, 도움이 되겠다하셔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작업과 교육자로서의 경험이 맞닿는 지점에서 전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Q3.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의 의미와 담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A3. 우선 이 전시에 주제가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쳐버렸던 그 잠깐, 잃어버리고 있었던 나의 내면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내면이란 것은 형상이 없잖아요. 그런 형상들을 작가들은 각자의 작품으로서 선보이게 되는데요. 제가 선보이는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기억이라는 형상이 없는 것들을 시각화함으로써 저만의 고유한 기억이라는 형태를 보이는 것입니다. 저는 그 기억들과 천천히 마주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자아의 여정을 표현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제 작품에서 나무는 기억을 상징하고 숲은 기억으로 쌓인 저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의 관계로 시작하여 점차 숲을 벗어나 하늘로 확장해 나가는 여정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고요의 형태는 하나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시간 속에서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4. 제가 오늘 작품을 보니, 고슴도치가 그려진 그림이 있던데요. 혹시 그것이 작가 본인을 의미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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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이 작품 속 의미를 설명해 드리면, ‘기억을 의미하는 나무와 제가 교감을 하면서, 나무가 동물과 같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형태로 변화하여 기억과 저와 관계를 맺고, 제가 성장하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까이서 보면 조그마한 동물도 있고 한데요. 그중에 저의 자아를 뜻하는 작은 양한 마리가 있어요. 그 양의 여행을 통해 동화적인 느낌의 성장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을 보면 털이 아니라 나무를 베이스로 해서 좀 더 진화된 느낌으로 구상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전시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대부분 양을 찾아보실 수 있고요. 없는 것도 양과 관계된 작품이긴 해요. 보통은 양의 여정, 과정을 담은 작품들이긴 한데, 한 작품이 지금 양이 없거든요? 악어 그림에서 양이 없어요. 그 그림은 양이 떠난 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양이 떠나고 난 후의 그 기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해서 그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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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지난 대전 지하상가 연결통로 전시 일상치유: 한국화, 다채로움관련 인터뷰에서, 그동안은 기억과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살펴본 작업이었다고 말씀하신 걸 본 적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석사학위 청구전을 준비하시면서는 자신의 태도를 살펴본 경험으로 얻은 용기와 메시지를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데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히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전시는 좀 더 나아가는 방향성을 가지고 하신 전시일까요?

 

A5. 네 맞아요. 기존 작품들도 전시하고, 그 이후의 작품도 같이 전시함으로써 이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보여드리는 것이기도 하고요. 전에는 나를 살펴보고 나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면서 소통의 시작을 얘기했다면, 지금은 온전히 우리의 이야기로서 공감이라든지, 온전히 소통할 수 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전시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Q6.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유독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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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데요, 기다란 작품으로 별을 헤다라는 작품이에요.

제 작품은 스토리를 중심으로 해서 계속 변화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나중에 보니 저도 점점 변하는 부분이 있고 해서 스토리가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큰 전환점이 되는 작품들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제 세계관에서 초반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 별을 헤다라는 작품이에요. 이전 작품들을 보면, 모두 숲 안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보통 다 땅과 숲, 이렇게 숲 안에 갇힌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이 없어요. 처음으로 하늘을 넣은 작품이 별을 헤다라는 작품이고요. 숲에서는 기억들에 둘러싸여 이런저런 것들과 교감해 보려고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었다면, 해당 작품은 기억과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서, 그 기억의 도움을 통해서 하늘로 나아가는 세계의 확장을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이 여정을 돌이켜보는 작품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늘 숲에만 머물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늘로 확장이 되면서 이 여정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되짚어보는 것 같아요. 이 여정 자체는 그 기억을 받아들이기 위함도 있지만, 그 기억을 받아들이는 거 자체로 제가 성장하고 싶었고, 저라는 존재 자체가 여기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걸 좀 되새기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애착이 가는 작품이지 않나 싶습니다.

 

Q7. 앞으로의 계획이나 전시 방향은 어떻게 될지 알려주세요.

 

A7. 제가 현재 석사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올해는 석사 청구전이 계획되어 있어요. 제 작품 속에서는 계속 기억뿐만 아니라 이라든지, ‘하늘의 존재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는데요. 이전에는 양이라는 껍데기와도 같은 이야기 과정이 있었다면, 이제는 로서 저의 존재를 좀 확실히 하는 포인트를 중점으로 석사 청구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석사 청구전에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에서 중요하다생각되는 작품들을 선발해서 최신작까지 스토리를 구성할 계획 중입니다.

 

이재은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숙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림에 대한 흥미와 애정도 생겼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작품에 관하여 이야기하시는 것이 익숙지 않다며 수줍어하시던 작가님은 점점 저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의 세계관과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드러워 보이는 작가님이지만, 단단한 내면을 가지신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곧 나 자신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그림에 자신을 많이 투영하고 작품 세계에 애정이 많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하고 나니, 앞으로 점점 더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 이재은 작가님의 작품과 작품 세계가 더욱더 기대됐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작품 속 이야기의 종착지가 과연 어디일지 궁금해하며 향후 작가님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