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균형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꿈꾸는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원도심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소제동 철도관사촌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담터팀 박유진
도시에는 각자의 시작점이 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건물이 하나둘 들어서며,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중심이 되는 곳. 그렇게 형성된 지역을 우리는 ‘원도심’이라 부른다. ‘구도심’이라는 말은 익숙하게 들려오지만, ‘원도심’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조금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구도심은 시간이 흐르며 낡고 쇠퇴한 곳이라는 의미라면, 원도심은 도시의 근간이자 시작을 담고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원도심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난 뒤, 어디를 찾아가야 이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문득 대전의 소제동이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철도관사촌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직접 찾아가 본 소제동은,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 기억 속에서는 조금씩 잊혔지만, 그 시절의 건물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분위기였다.
이곳은 도시의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제를 풀어내기에 이만큼 적절한 장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과거 철도청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실제로 살았던 마을이다. 기와지붕의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은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을 그 시절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나 스스로 대전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전의 이곳저곳을 꽤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소제동이라는 동네에 대해서는 알고만 있었지 깊이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낡고 오래된 동네라는 인식이 강해서 평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소제동과 가까운 중앙로와 으능정이 거리에는 자주 갔었다. 익숙한 공간 근처에 이렇게 오래된 공간이 숨어 있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소제동은 나에게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왔다.
직접 소제동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옛 느낌이 물씬 난다는 점이었다. 골목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오래된 담벼락과 녹슨 집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생기 넘치는 풍경도 함께 있었다. 최근 들어 카페, 음식점, 술집 등 다양한 공간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었고, 곳곳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실제로 방문했을 때도 공사 중인 건물들과 작업 중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철도관사촌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공간이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단지 오래된 동네를 보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대로 더 발전하게 된다면, 마치 수원시의 행궁동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명소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소제하다빌리지 안내판>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촌 일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소제하다 빌리지’의 안내판도 그 기대를 보여준다. 과거 철도관사로 쓰였던 낡은 건물들은 지금 리모델링을 통해 카페, 문화공간, 미술관 등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외지인들도 자연스럽게 이곳을 오가며 원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카페>
낡은 주택들을 리모델링해 세련된 카페와 아기자기한 술집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생기 있었다. 작은 공간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고 잘 꾸며져 있었다. 특히 산책 나온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로 골목은 한층 더 활기를 띠었다.
<소제동 골목길>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감각적이었고, 대전의 상징인‘꿈돌이’를 활용한 디저트나 굿즈 자판기 같은 요소들은 젊은 세대들 취향에도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골목길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어느 카페에서 만난 벽화 속 꿈돌이 캐릭터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낡고 허름하다고만 생각했던 동네가 이렇게 활기차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실제로 직접 걸어본 소제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직 공사 중인 공간들도 많았지만, 그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가 더 커졌다. 소제동은 단지 과거의 흔적을 남긴 채 멈춰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는‘현재진행형의 원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