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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도시재생 서포터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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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너머로 만난 대전의 숨은 공간들
DJRC   2025-10-10 08:56:18   32

페이지 너머로 만난 대전의 숨은 공간들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락팀 여예진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대전 곳곳을 탐험하며 세 개의 특별한 공간을 발견했다. 바베트의 만찬, 다다르다, 머물다가게.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공간들은 단순한 서점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은 서점 주인의 취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책들을 직접 선별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들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 문화를 향유하고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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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마역 근처에 자리한 바베트의 만찬은 그 이름부터 특별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책의 제목에서 따온 이름으로, 책의 내용처럼 이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계와 영혼의 허기를 채우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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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자 코끝으로 스치는 은은한 커피 향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카페도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그 덕분인지 공간이 아늑하고 포근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책방 사장님의 따뜻함이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먼저 책을 추천해 주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진정한 책방지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점 곳곳에는 따스한 손 글씨로 써진 글귀와 그림들이 있었고, 책마다 적힌 큐레이션에도 사장님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특히 "공유 서재" 공간에서 책방지기의 개인 책을 꺼내 읽고 있는 단골손님의 모습은 이곳이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선 소통의 장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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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진행되는 유료 독서 모임인 북클럽(회비 15,000)"독립 서적" 코너에서 만날 수 있는 사장님이 선별한 독립출판물들은 새로운 영감과 위로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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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방문했던 성심당 근처에 위치한 다다르다는 2층짜리 서점으로 사람이 꽤 붐비는 곳이었다. 1, 2층 전체 내부 인원을 20명으로 조율하며 적절한 독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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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계절에 따라 바뀌는 기획서가로, 2층은 10,000권 이상의 책이 주제별로 나누어진 메인서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작가의 북토크가 예정된 책들이 2층 입구에 가득 쌓여 있어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했다. 이곳에서는 북토크와 북클럽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서점원과 손님 간의 대화, 사장님과 직원분의 큐레이션도 활발했다. 1층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수 있었고, 큐레이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팸플렛까지 있어 섬세함이 느껴졌다. 특히 독특했던 것은 서점 곳곳에 붙어있는 사장님이 직접 쓰신 일기가 담긴 영수증이었다.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다다르다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서점 굿즈도 구매할 수 있어 방문의 기념품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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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방문한 대전 자양동 골목, 대전시립 중고등학교 옆 커다란 주택에 자리한 머물다가게는 북카페의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대문을 지나자 푸릇한 식물들과 선인장, 야외 테이블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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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선 예약을 통해 쓸 수 있는 프라이빗 모임공간인 머물 곳, 2층에는 독립서점 머물다가게가 있었다. 책과 음료 구매 후 이용 가능한 좌석에서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모든 커피류를 모카포트로 만들어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조차 조금이라도 더 머물기를 바라는 사장님의 마음이 담긴 듯했다.

책의 하단에 붙은 붉은색 라벨로 열람용과 판매용을 구분하는 시스템도 독특했고, 책방일지와 방명록, 자유롭게 칠 수 있는 타자기까지 있어 방문객들이 자신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또한 책을 구매한 뒤에 받은 가게 트레이드마크인 선인장 스티커는 소소한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세 곳 모두 일반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과 서점지기의 세심한 큐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책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 세 개의 독립서점은 각각 다른 개성과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으로 책을 매개로 한 소통과 치유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베트의 만찬의 따뜻함, 다다르다의 역동성, 머물다가게의 여유로움은 대전이라는 도시에 새로운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나는 독립서점들이 만들어내는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대전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든 문화 공간으로서 독립서점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