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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화와 도시재생의 만남: 계룡 군문화축제·지상군페스티벌 현장을 가다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망고팀 장호준
충청남도 계룡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도시다. 육·해·공군 본부가 모두 위치한 국방 수도로서, 도시 전체가 군과 함께 성장해 왔다. 매년 가을이면 이곳에서 열리는 계룡 군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은 군사도시라는 계룡의 특성을 시민과 공유하고, 나아가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는 대표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볼거리 축제를 넘어, 도시재생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에는 접근하기 힘든 군 공간이 시민에게 개방된다는 점이다. 계룡대 활주로에서 펼쳐진 전차와 장갑차 전시, 제병협동 시범, 군악대 공연은 관람객들에게 압도적인 장면을 선사했다. 아이들은 병영체험장에서 군복을 입고 뛰어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했고, 부모들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환하게 웃었다. 군과 시민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소통하는 모습은, 군문화가 더 이상 낯설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군문화축제는 지역경제에도 직결된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계룡을 찾으며 숙박, 교통, 외식, 특산물 소비가 많이 늘어난다. 특히 올해는 방위산업 전시회인 K-GDEX가 함께 열리며 기업과 연구기관, 군 관계자들이 교류하는 산업적 장이 마련됐다. 축제가 단순히 ‘군을 보여주는 행사’를 넘어 지역산업과 연결되고,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하는 장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도시재생에서 강조하는 지역 순환 경제 활성화와도 맞닿아 있다.
축제는 계룡대 활주로뿐 아니라 시내 전역에서 펼쳐졌다. 한적했던 도심 광장은 공연과 전시, 특산물 장터로 활기를 띠었고, 골목 곳곳에서 버스킹과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평소에는 비어 있던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차며, 도시 자체가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군문화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도시 공간을 재생하는 힘을 가진 문화적 매개체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군문화축제는 세대와 세계를 잇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드론봇, 사이버전 등 첨단 국방 기술 체험관에서 미래를 상상했고, 청소년들은 국방과학관에서 진로를 고민했다. 어르신들은 군악대의 익숙한 선율 속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감동을 나눴다. 또한 해외 참전용사 가족을 초청한 행사는 국경을 넘어선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군사도시 계룡이 세계와 연결되는 순간이자,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문화적 포용력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우선 축제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 상설 프로그램이나 군문화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 외부 관광객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교통 인프라와 안내 체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이 축제 기획과 운영에 더 깊이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군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시민 주도형 도시재생 축제로 발전할 수 있다.
계룡 군문화축제·지상군페스티벌은 이제 단순한 지역축제를 넘어, 도시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군악대의 힘찬 음악이 울려 퍼질 때마다 시민들의 가슴은 벅차올랐고, 병영체험장에서 아이들이 군복을 입고 뛰어다니며 웃음을 터뜨릴 때, 계룡이라는 도시는 잠시나마 활력과 생동감을 되찾았다. 지역 상인들이 분주히 손님을 맞이하며 특산물을 알리고, 방문객들은 계룡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며 돌아가는 모습 속에서 도시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 군문화라는 특수한 자원은 계룡시에 있어 단순한 정체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군과 시민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는, 계룡이 가진 도시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지역 소상공인과 기업들이 활기를 되찾고, 문화적으로는 세대를 잇는 경험과 세계와의 교류할 수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잊혔던 장소가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다. 이 모든 과정이 모여 도시재생이라는 큰 흐름 속에 스며들고 있다.
앞으로 계룡 군문화축제가 단순히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로 머무르지 않고, 계룡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대표하는 상설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축제에서 쌓인 경험과 인프라가 일상적인 문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주민들이 더 깊이 참여해 주도권을 가질 때, 축제는 진정한 지역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나아가 계룡은 군문화도시라는 뿌리를 토대로, 평화·문화·경제가 공존하는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계룡 군문화축제·지상군페스티벌이 남긴 가장 큰 울림은, 도시가 단순히 건물과 도로로 이루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참여, 군과 시민의 화합, 지역경제의 활력, 문화적 교류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도시는 살아 숨 쉬게 된다. 계룡은 그 과정을 몸소 보여주며, 앞으로도 군문화를 통해 새로운 도시재생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