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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동근린공원을 찾아서
DJRC   2025-10-13 08:45:04   153

궁동근린공원을 찾아서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락팀 황주형

 


도시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풍경을 완성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공원 하나가 그 도시의 생활 리듬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 움직임이 도시의 현재를 규정하기도 한다.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 사이에 자리한 궁동근린공원은 바로 그런 장소다. 대학과 연구단지로 대표되는 대전의 지적·과학적 이미지를 넘어, 시민과 학생이 어우러지는 생활의 무대를 품은 이 공원은 오늘의 도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증명한다.

 

 


 

 

궁동근린공원의 첫인상은 열림이다. 둘러싼 높은 건물들 사이에 툭 트여 있는 녹지 공간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대학생, 아이들과 산책 나온 가족, 운동을 즐기는 중장년층까지, 이곳에서는 세대와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인다. 도시의 공원이 단순한 쉼터를 넘어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된다는 사실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원을 따라 난 산책로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다.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설경이 공원의 주인공이 된다. 변화무쌍한 계절의 얼굴을 품은 산책로는, 학업이나 연구에 몰두하는 이들에게는 잠시 머리를 식히는 탈출구가 되고, 인근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리듬을 조율하는 생활 무대가 된다. 이곳에서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도시의 호흡을 따라가는 경험이 된다.

 

 


 

 

궁동근린공원은 기능적으로도 다채롭다. 운동 기구가 설치된 공간에서는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주말이면 소규모 플리마켓이나 지역 커뮤니티 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공원은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않아도 스스로 문화적 사건을 만들어내는 무대가 된다. 이는 도시의 문화가 거창한 공연장이나 미술관만이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공간에서도 태어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밤의 궁동근린공원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조명 아래서 운동을 이어가는 주민, 산책하는 연인,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낮보다 차분하지만, 결코 고요하지 않다. 도심 속 공원이 어둠을 밝히며 지켜주는 안전한 쉼터가 된다는 것은, 도시가 품어야 할 기본적이고도 소중한 기능이다.

궁동근린공원의 특별함은 위치에서 더 분명해진다. 충남대와 카이스트 사이에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지리적 조건이 아니다. 이곳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지적 에너지와 생활의 온기가 만나는 접점이다. 학문과 연구의 공간이 주는 긴장감을 완화하고, 동시에 젊음과 일상의 활력을 불어넣는 곳. 그래서 이 공원은 대학생과 주민이, 연구자와 시민이 같은 풍경 속에서 호흡하는 장면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과학과 교육의 도시라는 대전의 이미지에 생활 문화의 얼굴을 덧붙여 주는 중요한 장치다.

 

최근에는 궁동근린공원을 무대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들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마을 축제, 작은 음악회, 환경 캠페인 등 공원에서 열리는 행사들은 주민 스스로가 공간을 재해석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도시 공간이 행정의 관리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공적 자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궁동근린공원이 가진 잠재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풀과 나무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살아 있는 도시의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궁동근린공원은 우리에게 묻는다. “대전의 일상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동시에 답한다. “대전의 오늘은 연구실과 강의실을 넘어, 시민과 학생이 함께 숨 쉬는 공원 속에서 자란다.”

이 공원은 도시의 거대한 비전이나 화려한 개발 계획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전의 현재를 보여준다. 작지만 꾸준히, 조용하지만 분명히,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기능한다. 궁동근린공원은 과학도시 대전의 풍경 뒤에, ‘생활 문화의 도시라는 또 다른 이름을 더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것은 화려한 축제의 장면처럼 일시적이지 않다. 매일 반복되는 산책과 대화, 웃음과 쉼의 순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오늘이다.

궁동근린공원에 서 있으면 깨닫게 된다. 도시의 정체성은 거대한 건물이나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것은 결국, 시민이 모이고 머물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작은 공간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