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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형문화유산 투어 – 우암사적공원 ‘남간정사’
DJRC   2025-08-07 09:22:12   26

대전 유형문화유산 투어 우암사적공원 남간정사 

 


도시재생 서포터즈 대전도시남자들 권태현




<남간정사_1>

 

 대전 동구 우암사적공원에 자리한 남간정사는 도시의 번잡함과는 사뭇 다른 고즈넉함을 품고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1683(숙종 9)에 조선 후기의 대표적 유학자인 송시열 선생이 후학들과 학문을 강론하기 위해 지은 서당으로, 본래 흥농동(현재의 동구 가양동)에 위치했던 서재 능인암아래에 건립된 것이다. 이곳의 이름인 남간은 주자의 시 '운곡남간(雲谷南澗)'에서 유래한 것으로, ‘양지바른 곳에 흐르는 맑은 개울이란 뜻이다. 이는 송시열 선생이 평생 주자학을 따르고자 했던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남간정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건축과 자연의 조화가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정면 4, 측면 2칸의 아담한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심부는 넓은 대청마루로, 서쪽 두 칸은 온돌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특하게도 동쪽 두 칸 중 앞쪽에 위치한 누마루는 대청보다 높게 설계되어 있어 그 아래쪽에는 함실이라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누마루 뒤쪽 역시 온돌방으로 꾸며져 있다.


<함실>

 

 대청마루의 앞과 뒤, 그리고 동편 창호는 띠살문을 활용한 들어열개문방식으로 되어 있어, 문을 위쪽으로 들어 올려 여는 전통적인 한국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다. 건물은 자연지반 위에 돌을 놓아 만든 기단 위에 세워졌으며, 대청마루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모두 흙을 다져 만든 토단 위에 초석을 두었다. 특히 자연석과 팔각형으로 가공된 초석을 함께 사용한 점이나 모서리 추녀 끝부분에 활주를 설치한 구조적 특색은 전통 건축의 세심한 미학적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남간정사_2>

 

 남간정사의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물과의 긴밀한 연관성에 있다. 건물 전면에는 자연적으로 흐르는 샘물과 계곡의 물이 합쳐져 만든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이 연못은 단순히 관상용이 아니라, 대청마루 아래를 흐르는 물길과 동쪽 계곡의 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전통 조경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연못 중앙에 마련된 작은 섬은 신선이 사는 봉래산을 의미하며, 이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자연관을 공간 속에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못>

 

 남간정사 오른편에는 일제강점기 소제동에서 옮겨진 기국정이 자리 잡고 있다. 기국정 또한 학문과 담론을 나누던 장소로, 지금까지도 그 역사적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뒤편의 언덕에는 후대에 지어진 남간사라는 사당이 있어 송시열 선생을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


<기국정>

 

 남간정사 주변 환경 또한 주목할 만하다. 사적공원 내에는 다양한 수목과 계절마다 변화하는 꽃들이 심겨 있어 방문객들에게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특히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연못의 수면 위로 떨어지는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우암사적공원 내에는 명숙각, 인함각, 이직당 등 다양한 전통 건축물과 기념비들이 자리하고 있어, 공원 전체를 여유롭게 산책하며 역사와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이 중 명숙각은 송시열 선생의 문집과 관련 서적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직당은 학문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학술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개최되는 문화행사와 학술강좌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역사 강연회, 전통문화 체험행사, 다양한 학술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지속해서 역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남간정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송시열 선생의 삶과 철학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송시열 선생은 성리학을 통해 사회를 바로잡고자 했던 인물로, 그는 평생 학문적 엄격함과 높은 도덕적 기준을 지키며 살았다. 그의 삶 자체가 곧 한국 유학의 정수였으며, 그러한 정신이 남간정사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남간정사는 자연과 건축, 역사와 정신적 유산이 어우러진 문화적 공간으로, 대전 시민들에게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바쁜 현대 사회를 잠시 벗어나 이곳 남간정사를 방문하여 선조들의 숨결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