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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도시재생 서포터즈 특집 칼럼

대전의 균형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꿈꾸는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익산과 대전의 이야기를 담는 로컬 콘텐츠 기획자, 김애림 대표님을 만나다
DJRC   2025-11-07 17:34:12   44

익산과 대전의 이야기를 담는 로컬 콘텐츠 기획자,

김애림 대표님을 만나다


도시재생 서포터즈 동네리본팀 박지선



Q1.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네, 저는 로컬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김애림입니다. 로컬 기획사 ‘로잇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고, ‘비마이크’ 매거진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익산역 맞은편에서 로컬 편집숍 ‘미지’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관이 ‘로잇스페이스’가 있고, 로잇스페이스가 만드는 매거진이 ‘비마이크’이고, 만드는 공간이 ‘미지’입니다.



 


Q2.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 ‘로잇스페이스’와 ‘비마이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2. ‘로잇스페이스’는 동네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로컬 콘텐츠 회사인데요. ‘동네도 둘러보면 여행이 된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지역에 있는 사람들, 공간, 그리고 골목들을 취재하고 아카이빙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전에는 어은동에 사무실이 있어요. 그래서 어은동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하여 동네의 다채로운 모습을 같이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마이크’는 로컬 콘텐츠 매거진으로, 처음에 매거진을 발간했을 때는 전통시장 매거진으로 시작해 시장 안팎에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일상을 담는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지금은 도시와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는 웹 매거진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하나의 단추가 지금의 일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저도 여러분처럼 대전에 있을 때 인턴이나 서포터즈 같은 작은 일들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일까지 연결된 것 같습니다. 저는 도시공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원 때 지방 도시의 ‘마을 호텔’이라는 개념을 공부했어요. 골목과 마을을 바꾸어 가는 사람들을 취재해서 출간하는 식의 수업이었어요. 그래서 그 수업을 들으면서 배웠던 게, 많이들 지방에 일자리가 없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일자리는 없는데 일거리가 되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나만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든지, 혹은 더 나답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오히려 지방, 로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익산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익산으로 다시 돌아가 제가 사는 동네부터 먼저 탐방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동네 이야기를 더 모르기도 해요. 우리 동네에 너무 익숙하니까 그냥 지나가는 길목 정도라고 생각하지, 이 안에 사는 사람들이나 매력적인 공간들이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래도 다른 도시에서 많이 살다 왔으니까, 외부인의 시선이 장착되었잖아요. 저는 그 시선을 ‘여행자의 시선’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길목에 핀 꽃 하나에도 반갑고 사진 찍고 하는 것이, 여행자의 시선을 가지고 그 동네를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 동네를 낯설게 보기 시작해 보자고 하면서 그러한 기록들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같은 형식으로 계속 올렸습니다. 이 기록들이 기반이 되어서 지금의 일을 시작하는 단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도시공학을 전공해서 도시재생, 마을재생에 대해 배우며, 나도 배운 것을 적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고향에 돌아가 외부인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그것을 발견해 나가면서 지금의 일로 확장했습니다. 로잇스페이스 일을 시작한 지 2년 차가 되었을 때 대전으로 넘어와, 이렇게 더블 로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3. 익산에 이어 어은동에도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있나요?

A3. 제가 대전에서 대학교를 다녀서 궁동, 어은동이라는 동네가 되게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닌 대학교에도 대학로가 형성되어 있지만, 유성구 대학로의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면서 이 동네에 있는 사람들이 “대전도 오지 않을래?” 하고 제안했을 때, 대전에 자리를 하나 더 잡는 것이 오히려 기대됐던 것 같아요.



Q4. 두려움은 없었나요?

A4. 당연히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잘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면 이것도 걱정이고 저것도 걱정이고 했을 텐데, 그때는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었어요. 창업의 문턱은 굉장히 낮았고, 엄청나게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았어요. 수익 구조도 전혀 고민하지 않고, 그냥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실험해 봤던 것도 있거든요. 초창기에는 수입이 당연히 안 났지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만에 빨리 수입이 난 경우이긴 했어요. 두려워할 시간에 작은 성공이라도 경험해 보면서 틀을 조금씩 깨 나갔던 것 같아요. 가능성을 조금씩 봤죠.



Q5. 로컬 편집숍도 궁금해요.

A5. 저는 그래도 도시를 공부한 사람이니까, 온라인의 콘텐츠를 만들지만 제가 지향하는 바는 오프라인 공간이나 골목으로 사람들이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건 공간이나 그 골목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마다 ‘중앙동’이라는 지명이 대부분 있는데, 그 동네가 원도심인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엄청 활성화되었다가 도시의 시가지들이 확장되고 신도시들이 개발되면서, 인구나 상업 지역들이 다 그쪽으로 빠지고 원도심은 침체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지금 대전도 그런 동네 중에 하나이지만 그래도 많이 활성화된 편이고, 반면 익산은 정말 심각해요. 골목 하나에 1층 공실률이 70%인 경우도 있고…. ‘한 팀이라도 그 골목에 지키고 있으면 사람들이 그래도 좀 찾아오지 않을까?’, ‘엄청 왕성했던 골목인데 이 골목에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말렸지만 그 골목에 가게를 차렸죠. 로컬 편집숍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지역 사람이 만든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익산에서 만든 지역 술, 미륵사지 같은 지역 굿즈, 도예 작가가 만든 익산을 형상화한 작품들과 같은 것을 판매하는, 지역성이 묻어나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여행자분들이 익산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여행자 센터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 공간을 차리게 됐죠. 책도 있고 정말 다양한 것이 있는데, 편집숍이라는 이름 아래 되게 다양한 것들이 얽힐 수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만약 그냥 카페였다면 음료와 디저트 같은 것들을 판매해야겠지만, 편집숍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 티셔츠, 굿즈 등 다양하게 판매 중이에요.



 


Q5-1. 직접 만드시는 것인가요?

A5-1. 협업을 해서 만드는 것도 있고, 직접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지역 팀들과 콜라보해서 만들기도 하고, 아니면 지역 팀에서 만든 제품을 사입해 판매하기도 하고, 다양한 형식으로 제품이 구성되어 있는데요. 지역에서는 생각보다 인간관계로 해결되는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과 무엇인가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가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고 하며 ‘저희 이런 거 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해보실래요?’하는 식의 협업을 많이 제안했어요. 



 


Q6. 취재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A6. 처음 취재할 때는 동네에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먼저 취재했어요. 진짜 멋있는 빈티지 가게 사장님이라든지, 아니면 커피가 진짜 맛있는데 이 커피 원두 어디서 받아오는지 등, 이런 게 궁금해지는 곳들 있잖아요. 그런 곳을 먼저 두드려서 친해지고 싶은 분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 있고, 어쨌든 제가 소개해 주는 거니까 그들에게도 조금은 우호적인 관계가 성립이 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소개하려 했었고, 그 후 저희도 구독자가 어느 정도 쌓이니까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나 사람들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시장 상인분들이나 한자리에서 20년, 30년은 기본이고 40년, 50년씩 계신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을 소개해 우리 골목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엄청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선정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결정했어요. 예를 들어, 맛있거나, 멋있거나, 오래되거나 하는 그런 기준이요.



Q7.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A7. 익산 사람 한 명, 대전 사람 한 명 뽑아볼게요. 먼저 익산 사람은 비마이크 매거진에 나온 분인데, ‘페이스’라는 경양식 레스토랑 사장님이에요. 그 식당은 ‘캔모아’라는 식당과 같이, 소파에 추억의 낙서 같은 것들이 있고 후식으로 체리에이드 같은 것들을 주시는, 그런 느낌의 식당이에요. 그런데 이 식당이 옛날에는 불량 청소년들이 많이 가는 동네라서, 저 어렸을 때는 무서운 언니 오빠들이 구석에서 담배 피우고 있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한 20년쯤 지나니까 불량 청소년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사장님의 마음은 어떠할지가 궁금한 거예요. 왜냐하면 1997년부터 같은 사장님이 쭉 운영하고 계셨거든요. 사장님은 인터뷰하면서 그냥 손님일 뿐이었다고 정말 건조하게 얘기하시고, IMF 때가 엄청 힘들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배 타러 가려고 했다고 하시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요. 그 영상을 저희가 SNS에 올렸는데, 우연히 사장님 아드님의 알고리즘에 아빠가 인터뷰하는 영상이 뜬 거죠. 그래서 아드님이 ‘누가 아빠를 취재해 갔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글을 올린 것을 보고, 누군가에게 자랑스러운 순간을 만들어 준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그 인터뷰가 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대전은 대전 사람 한 명을 특정해서 얘기한다기보다는, 전에 어은동과 궁동에 있는 사람들을 취재해 기록집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비교적 동네를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생각이 들었었는데,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들었던 게 처음이었고, 제작소라든지 김밥집이라든지 사장님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인생 이야기 등을 들으니까 그 전과 후가 되게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동네가 입체적으로 보이고 해상도가 높아진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가 사실 되게 힘든 작업이잖아요. 이야기 듣고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일정 조율도 해야 하고, 앞뒤로 되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 저는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Q8.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A8. 하고 싶은 일이 굉장히 많은데, 몇 개만 이야기해 드릴게요. 첫 번째는 중앙동 시리즈를 취재해 보고 싶어요.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역의 원도심이 중앙동인 경우가 많은데, 이 이야기들을 묶어서 중앙동 시리즈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웹 매거진 서비스를 오픈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형태였으면 좋겠고, 아주 바라건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비마이크를 읽고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꾸준히 다양한 사람들과 콘텐츠로 접하고 싶어요. 또 콘텐츠에서 끝나지 않고, 저희는 동네에서도 계속 행사들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온라인 중심에서 골목이나 공간, 도시로 확장하는 경험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어요.